17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증권 부산 사하지점 직원 염모(32.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씨는 고객돈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했고 단 몇달만에 횡령액 대부분을 탕진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염씨가 거액의 자금을 유용했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금융당국과 증권사측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 것이고 엄씨의 개인통장으로 돈을 입금한 신용협동조합측도 피해금액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입사해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던 염씨가 돈에 눈이 멀기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지난 98년 7월부터 부산 G.Y신협과 평균 2억~4억원규모로 주식거래를 해온 염씨는 이때부터 신협의 고객돈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투기성이 높은 선물.옵션에 20억원을 투자했고 175억원까지 밀어넣었지만 9천200만원의 잔고만 남기는 최악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경찰에서 "신협측에 주식.채권혼합형에 투자한다고 하고 실제론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수 있는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고 말해 일확천금을 노렸음을 실토했다. 고율의 수익을 올릴수 있는 반면 그만큼 위험한 선물에 손을 댄 염씨의 '악의질주'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11일 신협측에서 대우증권에 정확한 잔고확인을 요청하면서 염씨의 이러한일탈행위는 마감했다. 서울과 대구 등을 전전하다 자신의 횡령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잠적 4일만에 부산 영도경찰서에 자진출두한 염씨는 "괴로워서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며 자수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정확한 횡령규모와 수법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염씨가 10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고객돈을 유용했는데도 금융감독원과 대우증권, 신협 등 어느곳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실정이다. 염씨처럼 증권사 직원들이 불순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액을 넣었다 빼냈다 할 수 있다면 제2, 제3의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 해당 증권사지점과 신협 등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신협측과 염씨간의 비정상적인 거래를 비롯해 내부자 공모, 신협측의 규칙위반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더이상 이와같은 대형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처방도 함께 내려야할 것이다. 이와함께 투자금 175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G.Y신협도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협측은 "염씨가 정교하게 위조한 가짜 잔고증명서를 보여줘 감쪽같이 속았다"며 "대우증권 창구를 통해 돈을 입금하고 영수증을 받은 만큼 예금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져 피해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염씨가 경찰에서 대우증권 회사통장을 사용하다 지난 4월부터 자신의 개인통장으로 거래를 했다고 경찰에 진술을 했고 만약 이것이 사실일 경우 피해금액의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염씨를 상대로 횡령규모와 사용처, 잔액 등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는한편 염씨와 신협측이 결탁해 비정상적인 거래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않고 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