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방향성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닷새째 하락조정을 거친 가운데 상승모멘텀 공백과 가격메리트 인식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박스권의 중간지점인 650선 부근이라 한쪽으로 급격히 쏠릴 만한 계기를 발견하기 힘들다. 주변 변수의 전개 양상에 따라 밀고 당기기가 지속될 분위기다. 20일선 아래에서 사흘째 머문 부진한 시장 흐름은 기술적으로 추가조정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위로 가지 못하면 아래로 내리는 게 섭리. 그러나 단기 반등을 노리는 저가매수세의 포진으로 밑으로도 크게 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교착상태가 이어지며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차차 잦아들고 있는 점은 걱정거리다. 중기적인 접근도 여의치 않다.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언제쯤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지 오리무중이다. 연말을 지나면서 IT(정보기술) 경기의 전환 신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기대 수준 이상은 아니다. 고객예탁금의 유입과 유출이 반복되는 가운데 시장이 침체되면서 증시에 자금 유입이 지연되고 있다. 연말결산을 앞두고 기관이 매수참여를 꺼리면서 외국인에만 의존하는 절름발이 수급의 한계가 역력하다. 수급이 받쳐주는 종목으로 압축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20일선 회복 실패, 추가조정 염두 = 단기추세선인 20일선 되찾기가 만만치 않다. 이라크 전쟁위기, 반도체 현물가 고점인식, 달러/원 환율 1,200원대 하락 등 기존의 악재가 시장심리를 장악하면서 강한 매수세를 유도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5일선이 아래로 꺾이면서 20일선과의 단기 데드크로스 현상도 전망된다. 650선 부근에서 매매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시장 에너지 소진이 지속될 경우 아래로의 방향잡기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10월 중순 이후 강한 지지선으로 자리잡은 630선에 대한 기대가 있다. 미래에셋 이종우 전략운용실장은 “680선 부근을 고점으로 확인한 상황이라 좋은 모양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라며 “당분간 밑으로 보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고 1차적으로 630, 이후 600선 시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SK텔레콤 등 통신주의 성장모멘텀이 정체되고 은행주도 연말을 앞두고 충당금 설정 등으로 매수가 어렵다”며 “개별 기업의 연말 주가관리차원의 매수세 이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어 선거전까지는 630선을 저점으로 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의 방향은 미국증시의 흐름에 기댈 수밖에 없는 모양세다. 외국인이 올초부터 지난 10월까지의 매도기조 흐름을 멈춘 것도 미국 증시의 지난 한달간 반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최근 상승 이후 조정의 고리를 어디에서 끊느냐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주말에 나오는 미국의 소비관련 지표를 통해 연말 시즌 소비심리를 점검할 것이고 이에 대한 미국시장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 반등의 연속성에 대한 자신감이 크지 않다”며 “흐름이 녹록치 않아 반등세가 이어질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