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맥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시장 하락으로 주초 조정이 예상됐지만 20일선을 지키지 못하는 급락세를 나타내며 향후 장세에 대한 우려감을 더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졌고 고객예탁금 감소, 기관의 보수적 대응 등 수급상황이 좋지 않다. 매수세가 실종되며 거래대금이 급감했고 옵션 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매 비중도 커졌다. 반도체 현물가격의 상승세 둔화, 이라크와 북한 등 지정학적 위기,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 모멘텀 약화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저가매수에 가담하기엔 추가하락 압력이 만만치 않다. 시장관계자들은 현금비중을 적당히 유지하는 가운데 추가 급락시 단기대응하는 전략을 권하고 있다. ◆ 20일선 지지 기로 = 11일 종합지수가 20일선이 위치한 659선을 살짝 깨고 내렸다. 아직 20일선의 붕괴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빠른 시간내에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분위기다. 단기추세선인 20일선의 지지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조만간 상승보다는 추가하락 압력에 시달리면서 지지부진한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680선 위쪽의 주요 매물대를 넘지 못한 가운데 시장에너지가 급감한 터라 이는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선 지지를 확신하기에는 모멘텀 부재가 걸림돌이다. 11월 중순이후 DDR D램 공급 부족현상이 해소되면서 반도체현물가 반락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PC경기의 회복이 전제되지 않은 일시적 수급에 따른 반도체가 상승세의 한계가 나타나는 상황. 이로 인해 삼성전자 등 그간 상승을 이끌어온 전기전자의 주도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10월 중순이후 1조원 이상에 달하는 외국인의 순매수 대부분이 삼성전자에 집중됐음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추가 매수세에 대한 기대가 상당부분 희석되는 상황이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삼성전자의 주도력 약화로 소강 국면이 나타나며 상승반전의 모멘텀이 제한되고 있다”며 “기술적 저항과 모멘텀 소강이 맞물려 재미없는 장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팀장은 “불확실성 때문에 20일선 회복을 확신하기 힘들다”며 “추가하락의 가능성이 높고 다만 장중 큰폭의 하락이 나타날 경우 저가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장 주중반이후 미국시장의 주요 변수가 포진되어 있다. 미국의 소비관련 지표가 예상밖의 호조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증시의 추가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내의 목요일 옵션만기는 부담감이 높지 않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 다만 매수세가 워낙 위축된 상황이라 장중 변동폭은 감안해야 할 전망이다. ◆ 630선 부근 저가매수권 = 상승 모멘텀을 잡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당장 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런 국면이다. 유엔의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 통과로 향후 전쟁위기 고조시 유가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한미일 3개국의 대 북한 중유지원 관련 결정도 주중에 예정되어 있다. 또 국내 정부의 강력한 내수경기 버블 억제책으로 은행 등 금융주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고 대형통신주의 이익모멘텀도 실망스럽다. 이래저래 시장을 이끌만한 주도군이 없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강하게 시장을 억누르며 거래대금이 2조원 아래로 급감했다. 더 이상 줄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향후 거래대금의 증가여부는 시장 방향과 맞물려 주요 관심 사항이다. 지수는 650선을 전후한 매매공방이 예상된다. 전저점을 재확인하는 급락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박스권 상단을 넘을 만한 에너지도 없어 주식 보유의 실익이 크지 않다. 다만 630선 전후에서의 저가 대기 매수세를 보고 단기대응하는 정도는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추세대 하단에 와있어 내일 올라가지 않으면 전체 그림은 무너지는 것으로 본다”며 “피로도가 높고 국내외에서 기대할 만한 변수가 없지만 미국의 소비지표가 좋을 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추가하락이 불가피해 보이며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줄어드는 옵션만기이후로 대응을 늦춰야 한다”며 “코스닥은 45선까지 봐야하고 거래소는 630부근에서 저가매수를 본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미국의 조정가능성이 크고 반도체현물가 약세로 그간 상승을 이끈 전기전자주의 조정이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미국시장이 큰 폭으로 빠질 경우 지수권이 한 단계 낮아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