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다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증시 강세와 FRB의 금리인하 재료가 소진되자 갑작스런 모멘텀 공백 상황이 빚어졌다.시장은 아래위 방향잡기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공격적 금리인하에 따른 전세계적 유동성 장세 기대는 무산됐다.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이 금리인하에 동참하지 않았고 이로 인한 달러표시자산의 메리트 약화로 미국 증시는 차익욕구에 노출됐다. 서울증시는 '약세장 랠리'의 막바지 양상이 진행되는 모습이나 고점돌파와 700선 도전 기대는 아직 남아있다. 미국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추이는 견조하고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닷새째 이어져 수급상황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증시 비중 확대 조치도 14일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도 큰 폭의 순유입으로 전환해 최근 외국인 매수세를 설명했다. 다만 기관의 보수적 대응과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한 한계. 단기적으로 국내외 시장의 흐름이 중요해졌다. 미국시장의 추이와 종합지수의 20일선 지지 여부가 시장심리를 결정할 공산이 높다. 지수안정성 기대로 조정을 이용한 매수참여 분위기가 강하다. 보유종목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매매타이밍 모색이 주된 관심사다. ◆ 추가모멘텀 모색 절실 = 금리인하와 반도체현물가 강세라는 두가지 재료의 시장견인력이 소진되고 있다. 미국 연준리의 금리인하는 짧은 시간안에 실물경기 진작 효과나 유동성 확대로 연결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재료에 그친 양상이다. 반도체 현물가도 오름폭이 둔화되며 조정양상이 역력하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급속한 호전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회복의 단초를 조금씩 확인해나가는 정도라도 보이면 그 효과는 저금리상황과 맞물려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4/4분기 예비기업 실적 전망 하향조정이 시작되는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 시스코의 2/4분기(11월-1월) 매출이 전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4/4분기와 1/4분기 사이 기업실적이 3/4분기 대비 하향조정이 불가피 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4/4분기 S&P 500 기업의 실적전망 컨센서스가 전분기대비 17% 증가이며 이는 4/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의 저성장을 전망하는 상황에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며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은 다만 중장기적으론 4/4분기와 1/4분기 사이가 경기저점 확인기간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어 연말연시중 내년도 IT 설비 교체수요 증가 기대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존관점은 유지했다. 다음주 미국시장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 월마트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양사 모두 예상치가 전년동기나 전분기대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4일 나오는 10월 소매판매는 전달 -1.2%보다 호전된 -0.4%로 예상되고 있다. 델컴퓨터의 실적도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15일에 나오는 산업생산은 전월 -0.1%에서 -0.4%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고 10월 공장가동률과 11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도 큰 기대를 걸기 힘든 모습이다. ◆ 예상된 조정, 탄력적 대응 = 8일 증시의 조정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미국시장의 하락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로 낙폭을 줄여나간 모습은 탄탄한 시장심리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60일선을 맞고 내려왔지만 반도체 현물가 동향 등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고점돌파는 여지는 남아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고점돌파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승세 유지를 확신할 수 없고 일정 박스권안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관망을 유지하면서 등락을 이용한 보유물량의 처분과 저가매수 등 제한적 대응이 무난하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대외여건과 내부수급호전 등 우호적인 상황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하락폭이 확대될 경우 매도에 동참하는 실익이 없으며 경기민감 중가권 옐로주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달러약세, 신규자금 유입부진, 삼성전자 주도력 약화 , 기관의 매도세 등 악재가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640~680 박스권을 상정하고 반등을 이용한 물량줄이기가 유리하다”고 권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팀장은 “하락압력이 크지 않아 고점 도전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지만 다음주초 종합지수 20일선의 지지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박스권을 돌파하더라도 거래대금이 수반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시장이 지켜가는 모습이지만 외국인 매매를 볼 때 국내 시장심리는 상대적으로 강해 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금비중을 20%정도로 유지하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때를 매수시점으로 삼는 전략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주춤하고 장막판 낙폭을 줄이는 모습은 과거와 다른 고무적인 시장 모습”이라며 “돌발악재만 없다면 수급을 바탕으로 돌파모멘텀 모색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