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돌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방기금금리를 1.25%로 0.50%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됐다. FOMC는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을 인정하며 과감하게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예상치인 0.25%포인트 인하를 뛰어넘는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 국내외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와 재료노출 부담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기 호재로 받아들이며 비교적 단단한 흐름을 나타냈다. 증시는 ‘FOMC의 선택’ 이후 수급장세가 전개된 가운데 60일선 돌파와 상승세 연장을 시도할 전망이다. 다만 단기 조정 후 재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매수시기를 저울질할 시점이다. ◆ 60일선을 앞두고 =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60일선에서 고개를 떨궜다. 박스권 상단부에서 저항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60일선은 수급상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하락추세대를 형성하고 있는 60일선 돌파 여부는 약세장 랠리가 추세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기에 주목되고 있다. 60일선은 지난 5월 이후 강력한 저항력을 형성해 왔다. 지난 8월에 나타난 단기 랠리가 60일선을 두 차례 상향 돌파했지만 안착에 실패한 이후 되밀려 내려온 기억도 남아있다. 시장은 단기 에너지 비축 과정을 거쳐 60일선과 700선 돌파를 시도할 전망이다. 금리인하라는 재료노출, 시스코의 부정적인 향후 전망, 반도체가격 오름세 둔화 등 악재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큰 폭의 되밀림이나 반등의 마무리 국면이 아닌 재상승을 위한 조정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달 말까지 국내외 증시에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심리와 수급개선에 따른 계단식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급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중순 종합지수가 580선에서 저점을 형성한 이후 1조2,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기, LG전자, 삼성SDI 등 전기전자업종에 이어 현대차,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 업종대표주로 매수영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에 나섰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난주까지 삼성전자에 집중돼 온 매수세를 확산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또 최근 프로그램 매도에 의한 하락률보다 매수에 의한 상승률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금리인하의 파고를 넘어 = 시장에서 미국 금리인하 이후 장세변화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던 차에 미국 FOMC가 예상을 뛰어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증시에서는 이에 빠르게 득실을 계산하며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기대보다 강력한 금리인하는 그러나 재료로써의 소멸시효를 연장했을 뿐 여전히 재료노출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리인하가 지속적으로 반영돼 온 데다 0.50% 인하라는 수치는 경기침체라는 다른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료노출 이후 부담은 한결 가벼워졌다. 먼저 FOMC의 결정이 증시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지난해 열한 차례의 금리인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진작, 투자비용 축소에 따른 실물경기 회복에 중점을 뒀다기보다는 증시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꾀하는 동시에 최근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는 주가 오름세를 공고히해 최근 악화되고 있는 소비심리를 되살려내는 금융시장에 우선하는 회복처방전을 내렸다는 것. 또 미국 금리인하가 아시아 및 유렵 등 전세계적인 금리인하 공조로 연결될 경우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FOMC의 결정 이후 홍콩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췄다. 한편 금통위는 11월 콜금리 목표치를 4.25%로 동결했다. 목요일에는 유럽중앙은행 (ECB) 및 영란은행이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1.25%로 낮아짐에 따라 미국과 유럽간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로 벌어졌다. 물가부담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압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