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00660]반도체 처리문제를 놓고 채권단의 `몸 사리기'가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의 상계관세 제소, TFT-LCD 매각 난항, 구(舊) 현대전자 시절 1억달러 증발의혹 등 악재가 속출하고 있는데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적 분위기까지가세하면서 채권단내에서는 하이닉스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 도이체방크 구조조정안 `차일피일' 구조조정 자문사인 도이체방크는 당초 지난 1일 구조조정특위와 채권단에 구조조정 최종안을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돌연 연기했다. 채권단은 "최근 몇가지 변수가 등장하면서 부분적인 수정기간이 필요하다고 도이체방크측이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론 제소와 DDR 가격폭등, TFT-LCD 매각난항 등 최근 일련의 이슈들은 충분히 `예견된 변수' 였다는 점에서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 보고를 연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미 3개월 이상 `수정'에 `수정'을 거쳐 선(先)정상화, 후(後)매각이라는큰 틀의 결론을 내린 상황이고 하이닉스 경영사정이 시간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는점도 납득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도이체방크가 언제 구조조정안을 성안할지도 불투명하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도이체방크가 자체적인 판단하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언제 완성될 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연말을 넘기지는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안이 늦춰지고 있는데에는 현시점에서 하이닉스문제 논의를 외면하려는 채권단의 `입장'이 반영돼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 채권단 하이닉스 논의 `외면' 채권단내에서는 하이닉스 처리를 `다음 정부에서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대세를이루고 있다. 회사분할 계획 발표와 함께 강력한 매각추진 의지를 내비쳤던 지난 5월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채권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지금 논의해봐야 서로 입장이 맞지 않아 아무 소용이 없다"며 "다음 정부에서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특위를 아예 소집하지 말자거나 구조조정특위를 열더라도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채권단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분위기가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단 내부는 물론 소액주주, 종업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이닉스 문제를 처리하려면 고도의 정책적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한 만큼 정치적 변화기인현 시점에서의 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이닉스 문제를 논의하려면 채무재조정과 함께 감자(減資) 방안도 논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구 현대전자 시절 1억달러 증발의혹도 채권단의 논의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 하이닉스 `답답' 이처럼 구조조정안 마련이 늦춰지면서 하이닉스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DDR 가격 급등세로 영업사정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싱크로너스 D램(SD)비중이 높아 현금사정도 그리 풍족하지 못한 실정이다. 여기에 하이닉스 3.4분기 실적이 전반적인 IT경기 침체로 지난 2.4분기보다 악화돼 있는데다 TFT-LCD 부문매각이 신디케이티드론 성사 불투명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 운영자금 측면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정상화든, 매각이든 기업가치를 높이는게 급선무"라며"그러려면 신규자금 지원은 없더라도 출자전환 또는 부채탕감, 이자감면 등 채무재조정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