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선보인 공정공시제도가 시행초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장 등록사들은 경품행사나 사무실 개점등 일상적인 기업활동까지도 공정공시라는 거창한꼬리표를 달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언론 취재는 공정공시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업이 의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적공시 시점이 과거에 비해 앞당겨지는데다 사업자 선정등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안을 적극 공시를 하는등 기업들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언론취재는 공정공시 예외=기업들이 가장 혼동을 느끼는 대목중 하나가 언론 취재다. 공정공시 규정상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 등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에는 즉각적인 공시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신문 방송 등 언론사 취재기자에게 정보를 줬을 때는 그런 의무가 없다. 언론취재의 특성과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기자의 취재에 응한 뒤 취재내용을 기사화되기 이전에 공시해야 하는지를 놓고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문의를 계속하고 있다. 증권거래소 정원구 상장공시부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는 신문이나 잡지 등의 발행일 오전에 기업측에서 알아서 공시하거나 아니면 거래소측의 조회공시요구를 받은 뒤 확인공시를 하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남발되는 홍보성 공시=공정공시 제도시행이후 예기치 못한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이 홍보성 공시다. 당초 기업들이 입을 다물어 정보의 유통이 막힐 것으로 우려했지만 그보다는 불필요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투자자들의 정보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코스닥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자사 쇼핑몰내 영화예매 코너를 개설하면서 시사회및 경품 행사를 벌인다는 마케팅 보도자료를 공정공시로 올려놨다. 엠아이자카텍은 신사업 추진을 위해 사무실을 개설하고 인력을 충원한 것을 공정공시했다. 실리콘테크는 대표이사가 중국 선양시 IT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는 '개인 PR'거리도 공정공시로 처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런 내용들은 기업 실적과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앞당겨진 실적발표 시기=공정공시 시행 이후 긍정적인 변화로는 기업들의 분기 실적 공시시점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거래소에 최근 3일간 게시된 공정공시중 절반은 3분기 실적 관련 공시다. 기존에는 실적 마감일이나 하루 전에 실적 공시가 폭주했으나 공정공시 제도 시행 이후 공시 시점이 많이 앞당겨졌다. 증권거래소 상장공시부 정 부장은 "시행 초기인 만큼 제도취지에 맞지 않는 공시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1∼2개월이 지난 다음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