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디다. 최근에는 주요국 경기회복에 장애가 될 변수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내년 경영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장애요인을 감안해 사전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미국경제의 4대 장애요인=지난해 말 이후 미국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민간소비가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하루 빨리 기업의 설비투자가 회복돼야 미국경제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의 버블이 어떻게 되느냐도 미국경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에 다소 둔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주택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현 시점에서 주택시장에 생긴 버블이 붕괴될 경우 미국경제는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국제유가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등으로 불안요인은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76세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될 경우 미국경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경제는 그린스펀 이후에 대해서는 경제정책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의 4대 함정=일본경제는 현재 처해있는 4대 함정에서 벗어나야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정책이 아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정책함정(policy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중에서 통화정책이 무력화돼 있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탈피해야 경기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처리가 아무런 효과도 없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서 벗어나야 일본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 고이즈미 정부는 출범 초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로 기대를 받았으나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 대내외적으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동시에 계속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적자가 국민소득(GDP)의 11%,정부부채가 GDP의 1백32%에 달하고 있다. 일본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빚의 함정(debt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럽경제의 4대 장애요인=미국과 일본보다는 심각하지 않지만 앞으로 유럽경제에 장애가 될 수 있는 4대 변수도 함께 지적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회원국 사이에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경제주권 확보문제,다시 말해 경제국수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경향이 심화될 경우 유럽경제 통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들어 경기둔화세가 역력한데도 인플레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물가안정을 중시한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회원국 확대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느냐도 유로랜드 앞날에 커다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공식화폐로 사용하고 있는 유로화가 고액권임에 따라 날로 증가하고 있는 뇌물과 같은 부정부패 문제도 유럽경제에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 회복의 4대 걸림돌=아직까지 한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갈수록 경기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변수들이 많이 지적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먼저 우려하는 것은 한국국민들의 높은 부채 부담이다. 더욱이 이번 경기회복은 민간소비가 주도된 상황이므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경우 곧바로 경기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한국경제의 전통적인 성장축인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한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인플레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향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집권후반기,대선과 맞물려 경제외적으로 정치권 갈등과 노조파업,북한문제 불안정이 한국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