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최종 부도를 낸 소프트윈의 서울 방배동 사무실은 30일 하루 종일 은행 관계자 및 채권자들로 북적댔다. 사전에 전혀 예상치 못한 '흑자 부도'여서 더욱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도 나쁘지 않았고 대금 결제도 문제없이 이뤄져 일반 직원들은 1차 부도가 발표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코스닥시장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3년 전 공모를 실시한 코스닥 기업의 상당수가 공모자금이 바닥나면서 최근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 소프트윈 처럼 재무제표나 영업상으론 큰 문제가 없는 기업까지 쓰러지고 있어 투자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문제는 외부 감사의견이 '적정'이며 장부상 현금자산도 충분해 투자자들이 사전에 부도 위험이 없는 기업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부도 공포=지난 달 이후 2개월 만에 코스닥 기업 5개가 연이어 부도를 냈다. 이를 포함한 올해 부도건수는 모두 7개. 이는 부도 기업 수가 1999년 1개,2000년 4개,지난해 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를 고비로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의 부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3년간 IT기업 홍보를 전담했온 V사 모 팀장은 "공모자금이 소진된 중소 코스닥기업들은 일상적인 자금사용도 자제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코스닥위원회도 비슷한 시각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초 부도에 이은 퇴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의 경우 80년대 말 2백여개 기업들이 상장된 이후 3∼4년 사이 무더기로 부도를 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장부상엔 없는 자금 누출=지난 11일 부도를 냈던 코닉스의 올 상반기 재무제표에는 현금성자산이 80억원으로 적혀있다.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억원으로 나타나 실질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현금은 78억원선. 그러나 이 회사는 단 3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장부상으로 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도"라고 말했다. 이는 올 들어 부도를 낸 심스밸리 아이씨켐 유니씨앤티 소프트윈 등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대주주들이 기업돈을 개인돈 처럼 사용했거나 자금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잘 모르는 기업에 투자할 땐 장부상의 기업 내용 이외에 관계사 및 경영진 상황,매출채권 규모,회전율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