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지시설 의혹 제기'가 일파만파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당시사건의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2천134억원이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국내최대 재벌의 자금력과 조직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재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이 사건의 시발은 금융감독원이 98년 8월께 증권거래소로부터 현대전자 주식의이상매매 징후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이듬해 2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조사결과 현대중공업은 98년 5월26일부터 11월12일까지 모두 1천882억원을투입,현대전자 주식 805만7천여주를 나눠서 사들이거나 상대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주가를 최저 1만4천800원에서 최고 3만2천원까지 2배 이상 끌어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하루 최대 149회의 분할매수를 하거나 하루거래량의 최대 93.2%를매집했고 1천893회에 걸쳐 장중접속매매시 상대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내 주가를 부풀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상선도 현대중공업과 공모해 그해 6월 252억원을 투입해 현대전자 주식 88만5천여주를 매수,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검찰 수사결과 이같은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이익치 전회장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음으로써 사실상 이 전회장의 1인극으로 결론이 났었다. 현대증권은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97년말 영업용 순자본비율(BIS)이 -98.9%로떨어지고 98년 3월 결산시 2천506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자칫 퇴출위기에 몰릴 뻔하자 주가조작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주주였던 정몽헌.몽준 등 정씨 일가의 개입 혐의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 의문점으로 남기도 했다. 특히 정씨 일가가 주가조작 기간에 89만주를 매각, 45억원의 시세차익 을 챙겼고 2천억원이 넘는 거금의 계열사간 이동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전회장 단독으로그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느냐는 의혹을 남겼다. 이 전회장은 2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에서 당시 주가조작을위해 동원된 1천800억원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의 지시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출두전 `몽준이가 별일없도록 해달라'는 고 정주영 회장의 부탁을 듣고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썼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