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좁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DDR D램이 강세를 보이며 모멘텀 부재 장세에 한가닥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국민은행 등 기업실적 악재가 잇따르면서 영향력을 반감했다. 수익률 올리기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증시로의 유동성 공급이 주춤하고 있다. 매수세 부재로 시장체력이 약화됐고 프로그램 매매가 장을 흔드는 모양이 부담스럽다. 외국인도 극히 단기적 관점에서 매매에 임하고 있어 아래위 흐름이 제한됐다. 해외시장이 상승에 따른 일정부분 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급락세 두려움은 상당히 완화된 상황이다. 기술적 반등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조정을 기다리며 좀더 싸게 사려는 욕구가 지배하고 있어 위쪽으로 크게 볼 수 없는 흐름이다. ◆ 시중자금 썰물 = 최근 고객예탁금이 9조 3,000억원대에 육박했지만 실질 자금은 유출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예탁금 증가분에서 개인의 현물 매도에 따른 자금유입분을 차감할 경우 최근 고객예탁금 증가는 다소 부풀려진 것. 삼성증권에 따르면 10월중 실질 고객예탁금 기준으로 지난 17일 이후 유출로 반전됐다. 지난 17일까지 총 7,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으나 이후 일간 1,000억원 내외의 자금이 유출되며 23일 현재 총 4,287억원이 시장을 떠났다는 것. 지난 18일 지수 670선을 기록한 후 지수반등을 겨냥한 스마트머니가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후 빠져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유동성을 바탕으로 선전했던 일부 중저가 대형주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지난주 개인이 7,000억원 가량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이중 상당부분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으로의 자금유입도 별로 없어 시중 부동자금의 본격적인 증시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유동성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650선 위에서의 매수는 힘들다”며 “다음주 프로그램 매수 등으로 지수가 690선 정도까지 오를 경우 수급부담이 높아지며 지수하락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방향은 위쪽이지만 = 특별한 호재를 기대하기 힘들어 상승시도가 나타나더라도 매물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국인이 9개월만에 월간으로 순매수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도 중립포지션으로 시장의 하방경직성을 돕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최근 삼성전자 등으로 매수세를 제한하고 있다. 내수소비 둔화와 가계신용 리스크에 따라 통신, 은행, 유통주 등의 비중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DR D램 강세를 배경으로 지수를 받치고 있지만 120일선 저항선에 접근하고 있어 하락압력이 만만치 않다. 만일 삼성전자가 매물대를 뚫지 못하고 하락할 경우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 전반으로 하락세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해외변수 부담과 삼성전자의 저항선 진입 상황에서 다음주초까지 밀릴 가능성을 본다”며 “당장 매수하기는 힘들고 630선 정도까지 조정받으면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모멘텀 측면은 약해 20일선을 저점으로 단기 탐색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재가치 우량한 중소형주에 대한 단기대응이 가능하나 순차적 저점높이기를 대비해 업종대표주 등으로 접근하는게 좋다”고 권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다음주 발표하는 삼성전기 등 국내기업의 실적이 그리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 않은 게 부담스럽다”며 “그러나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지표는 긍정적일 것으로 보여 시장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650~680 박스권 가능성이 높아 목표수익률은 높게 잡기 힘들다”며 “공정공시제도 도입에 따라 재무제표가 우량한 중소형 우량주의 순환매에 대비한 길목지키기 전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