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전직하, 20여일만에 1,230원대에서 마감했다. 전날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혼조 장세에서 하락세가 재개됐다. 오전만 해도 방향성을 획득할만한 재료가 없고 수급 균형으로 정체감이 짙었다. 오후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급락의 동기를 제공했다. 업체 네고물량이 엔화 강세와 맞물려 압박을 가했으며 은행권의 손절매도가 낙폭을 크게 했다. 외국인이 대규모 주식순매도에 나섰으나 달러/엔에 가려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않았다. 매수세도 환율 급락에 따라 자취를 감췄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달러/엔의 추가 움직임에 따라 1,230원대 지지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추세 설정은 아직 유보중이며 외국인 주식순매도분이 시장 물량을 얼마나 흡수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 1,220원대 염두 =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60원 내린 1,231.9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일 1,230.40원이후 가장 낮았다. 장중 고점은 1,242.70원, 저점은 전저점 1,237.70원을 넘어 지난 4일 장중저점 1,230.50원까지 내려선 이후 가장 낮은 1,231.50원을 기록했다. 하루 변동폭은 11.20원에 달했다. 달러/엔의 상승을 염두에 둔 달러매수(롱)가 혼쭐이 났다. 의외로 강한 강세를 보인 엔화로 인해 일격을 당한 셈. 월말로 다가서는 가운데 업체의 추가 네고 공급여부와 외국인 주식순매도에 따른 역송금수요의 매칭이 얼마나 될 것인지도 주목되고 있다. 달러/엔의 동향에 대한 예측이 최우선이다. 밤새 뉴욕에서 123엔대로 진입할 지, 기술적인 반등세를 보일 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만 추가 하락시 1,220원대에서 향후 추세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다분하다. 1,260원대까지 반등에 대한 조정의 바닥이 1,220원대에 걸려 있기 때문. 한 증권사의 외환 관계자는 "달러/엔의 지지선이 깨지는 것을 보고 은행권의 손절매도와 업체 네고물량이 가세했다"며 "향후 주식순매도분이 물량을 흡수할 것인지 여부가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일단 1,228~1,230원이 걸리는 레벨이나 달러/엔과 물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내일 1,225~1,235원 중심의 등락이 예상되며 1,220원대에서 향후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위로보고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구축했던 세력들이 엔화 강세로 의외의 일격을 맞았다"며 "외국인 주식순매도분에 대한 추가 네고 공급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1,232원이 확실하게 깨지면 상승을 기다렸던 세력들이 달러를 던질 수 있다"며 "달러/엔이 123엔대로 가면 1,225원까지 밀릴 여지가 있고 방향 설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달러/엔 전면 재부상 = 최근 수급요인에 눌려 변수로서 큰 영향을 주지 않던 달러/엔 환율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장중 1엔 가량 급락, 달러/원의 가장 큰 하락 동인이었다. 전날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 여파로 뉴욕에서 125엔대로 올라선 달러/엔은 이날 도쿄 개장초 소폭 반락, 125엔을 축으로 횡보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 투자은행(IB)이 대규모 달러매도에 나서 124.80엔과 124.50엔대에 걸린 옵션 관련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전직하, 달러/엔은 한때 124.05엔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이후 소폭 반등한 달러/엔은 오후 5시 5분 현재 124.25엔을 기록중이다. 당초 일본 정부의 부실채권 처리대책 발표가 연기돼 달러/엔의 상승이 예상됐었으나 옵션이 걸린 레벨에 도달하면서 의외로 강한 손절매도가 감행됐다. 시중은행 한 이종통화 딜러는 "아직 달러/엔은 124~125엔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월말 발표 예정인 경제개혁과 부실채권 처리대책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지목했다. 엔/원 환율은 같은 시각 100엔당 990~991원을 오가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틀째 주식순매도를 보이면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16억원, 74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 요인이었으나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 환율 움직임과 기타 지표 = 전날보다 3.50원 낮은 1,240.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차츰 낙폭을 줄여 오전 9시 42분경 고점인 1,242.7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달러/엔 반락 등으로 되밀린 환율은 1,240원선을 한동안 맴돈 뒤 1,241원선으로 되올라 정체됐으며 1,241.3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달러/엔 하락으로 오전 마감가보다 1.30원 낮은 1,240.0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의 급락에 발을 맞춰 오후 2시 43분경 1,232.00원까지 흘러내렸다. 그러나 환율은 달러/엔 반등과 달러되사기 등으로 3시 50분경 1,235.00원까지 반등한 뒤 매물에 재차 밀려 1,232.10~1,233.70원 범위에서 등락했다. 장 막판 달러/엔의 추가 하락으로 환율은 4시 28분경 1,231.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3,85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3억3,1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9,300만달러, 3억5,320만달러가 거래됐다. 24일 기준환율은 1,242.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