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짙은 외국인이 급락하던 주가의 방향을 확 돌려놓았다. 외국인이 주가지수 선물을 대량으로 매수함에 따라 선물과 연계한 대규모 프로그램매수가 발생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장중에 26포인트 급반등한 것. 이로써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던 지수는 20일선은 물론 5일선까지 다시 돌파해 추가상승을 위한 재정비에 들어간 양상이다. 물론 "외국인에 의한 선물고평가와 이에따른 프로그램매수로 지수가 급등했다는 점에서 향후 장세를 낙관할 수 없다(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외국인 선물 대량 매수=외국인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현물시장에서 1천2백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선물에선 무려 1만7백계약(4천3백억원)을 순매수한 것. 전균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과장은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는 최근 들어 현물과 선물간의 가격차이(베이시스)가 좁혀지자 프로그램 매수를 인위적으로 유발하기 위한 투기적 매매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선물매수→선물가격 상승→베이시스 축소 또는 콘탱고(선물고평가) 전환→매수차익 거래(현물매수,선물매도)유발→선물가격 상승'의 기계적인 흐름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장중에 현·선물간 베이시스(가격차이)가 콘탱고로 돌아서면서 3천1백18억원의 프로그램매수가 지수관련 대형주에 유입됐다. 외국인의 현물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세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선물시세 콘탱고 전환될까=선물이 이날 장중이지만 콘탱고(선물가격이 KOSPI200지수 보다 높은 상태:선물 고평가)로 전환되는 등 선물의 저평가(백워데이션) 상태가 크게 해소되고 있다. 삼성증권 전균 과장은 "통상 종합주가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 선물가격이 콘탱고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조만간 지수 20일선이 우상향으로 돌아서고 선물가격도 콘탱고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주식을 사는 매수차익 거래가 발생하면서 수급의 선순환이 예상된다. ◆엇갈린 전망=신영증권 장득수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돌연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프로그램매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수급의 선순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미국 증시도 프로그램매매,헤지펀드의 쇼트커버링(환매수)등 기계적인 매매로 시장이 급변동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추세를 점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통신주의 외국인 매도 일단락 등 지수 관련주에 대한 수급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이미 한차례 조정을 받은 만큼 700선을 돌파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