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와 증시의 관계가 다소 혼란스런 모습이다. 경제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폭등으로 조정이 예상되던 21일(현지시각)도 오전 한때 다우지수가 1백포인트 가량 빠졌으나 오후들어 급반등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하다"고 공감하면서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선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거침없이 오르는 뉴욕 증시=지난 9일 이후 뉴욕증시가 3주째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다우는 이날 2백13포인트를 더해 거래일수 8일만에 16% 수직 상승했다. 마감지수인 다우 8,535.19,나스닥 1,309.67은 모두 지난 9월11일 이후 6주만의 최고치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것은 기업들의 3분기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S&P500기업중 현재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42% 정도)을 분석하면 평균 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12% 늘어났다. 이는 기업수익을 추정하는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의 최근 추정치보다 두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실적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기업수익상황이 바뀌자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사고 있다. 증시자금이동을 분석하는 트림탭닷컴(Trimtab.com)은 "연기금들이 미국채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을 급격히 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거래가 가장 많은 국채인 10년만기 재무부채권의 수익률이 8일만에 연 3.6%에서 4.24%로 급등(가격급락)한 것이 이를 반영해준다. ◆경기지표는 모두 뒷걸음질=미국 경기예측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이날 9월 경기선행지표가 8월보다 0.2% 하락,4개월 연속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3~6개월간 경기가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경기선행지표가 4개월 연속 하락하기는 90,91년 경기후퇴기 이후 처음이다. 신규 실업청구수당도 지난달 42만5천건으로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컨퍼런스보드의 켄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을 제외하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징후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인 그레이 스턴도 "경기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야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대세상승은 시기상조=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증시전망에 낙관적이다. 지난 9일 바닥은 확인됐고 이제 상승하는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 경기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이라크전쟁 가능성 등 국제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번 반등이 새로운 강세장의 출발점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기업수익호조로 인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모건스탠리의 제이 페롤스키)이란 전망에서 "소비심리가 냉각돼 있어 앞으로 6~12개월은 어려울 것"(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이란 지적까지 시각이 다양하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앞으로 주가가 5~10% 가량은 더 오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단기급등 폭이 지난 7월의 상승(17.5%)보다는 높고 작년 9·11테러 직후의 급반등(29.1%)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