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주식시장은 북핵(北核) 파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북한이 핵 개발계획을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악재가 될 수 없다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미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북 핵문제가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서 8백억원어치 이상 처분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는 1백억원 이상의 매수우위를 보이며 사흘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였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는 최근 주가가 단기급등한 데다 전날 미국 시장이 하락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북 핵문제가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서해교전 남북정상회담 김일성사망보도 등 남북관계의 주요 사건은 국내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90년 이후 발생한 15건의 남북 주요 사건과 주가를 조사한 결과 사건(발표) 당일에는 주가가 평균 0.07% 떨어졌지만 5일 뒤에는 발표일보다 0.69%,10일 후에는 1.04% 올랐다.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했던 지난 94년3월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1천8백4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6,10,11월에도 매도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94년 미국 증시가 3월과 6,11월에 약세였다면 점을 감안하면 북 핵문제로 인한 매도세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94년 한햇동안 외국인은 9천5백7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개발사실을 시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18일 외국인 매매 동향이 북 핵의 영향력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