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계획돼 있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분이 올해 안에 조기 투자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내년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 확대 여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 내 의견조율이 덜 된 상태다. 특히 연기금의 주식투자 원칙 금지 조항에 대한 삭제 문제는 지난해 무산된 전력도 있는 등 국회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간 논란이 예상돼 실현 여부를 가름할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보험료를 받아 운용하는 연기금이 내년도 자산운용계획을 올해로 앞당긴다는 말은 성립되기 곤란한 것"이라며 "내년에 가서 연초에 주식투자를 조기 집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년도 투자는 이미 계획이 잡혀 있어 내년 초에 집행할 수 있으나 올해 안에 조기 집행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은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연기금 주식투자자금 조기 투입'이나 '직접투자 규모 확대' 등에 대해 정부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으며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지난 11일 주가 폭락 등의 상황에서 증권사 사장단의 '연기금 투자분 조기집행' 건의 때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가 지난 14일 민주당과 당정협의 이후 긍정적인 방향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 투자가능분은 '미집행분이나 여유자금' = 따라서 올해 투자될 수 있는 부분은 연기금이 증시에 투자하지 않은 부분이거나 여유자금 등으로 국한되며, 이 역시 정부 강제보다는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연기금의 자율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올해 연기금이 증시에 투입하지 않은 자금 중 자율판단으로 투자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그러나 전적으로 연기금의 자율적인 운용범위"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올해 연기금의 여유자금이 있어 추가 주식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별 연기금별로 얘기해야 될 사안이며 정부에서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연기금은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지출항목 금액의 30% 범위 안에서 자율 투자할 수 있게 돼 있다. ◆ 직접투자규모 확대 '오리무중' = 한편 내년도 연기금의 주식 직접투자 규모 확대나 기금관리법상 연기금의 주식투자 원칙 금지 조항에 대한 삭제 문제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장승우 장관은 "내년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4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간접투자를 포함할 경우 5조∼6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4일 정부와 민주당간에 당정협의에서 연기금의 내년도 주식 '직접'투자를 6조∼7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예산처 관계자는 "내년 기금에서 주식 간접투자가 1조원을 넘어 직접투자와 합치면 6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란 얘기"라며 "직접투자를 6∼7조원으로 늘린다는 것은 기획예산처 단독으로 (결정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민주당에서 연기금 직접투자규모를 6∼7조원으로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기획예산처에서 이미 (기금운용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전했다. ◆ 주식투자 금지조항 삭제 '산너머 산' = 또 연기금에 대해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기금관리기본법상의 조항을 없애는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예산처 관계자가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연기금 규모가 커지면 주식시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고 주식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현재 7∼8% 수준의 주식투자를 20%까지 높여 자본시장 발전방향과 궤도를 같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원칙 금지 조항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시일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한경닷컴 이준수·이기석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