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이 "사자"로 돌아섰다. 로스컷(loss cut:손절매) 매물 등으로 증시 수급을 악화시킨 주범이었던 기관이 태도를 바꾼 것.때마침 외국인투자자도 매수쪽에 가담,모처럼만에 "쌍끌이 강세장"을 만들었다. 기관과 외국인이 번갈아 매물을 쏟아내면서 악순환을 거듭했던 수급구조가 선순환으로 바뀔 조짐이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관심은 단연 낙폭과대 대형주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LG화학 현대백화점 등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틀 연속 급등한 국내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급 악화로 일시적으로 무너진 시장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관의 순매수 전환 15일 투신권을 제외한 모든 기관(은행 보험 연기금)이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은행 보험 연기금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로스컷 매물을 집중적으로 쏟아낸 곳이어서 이들의 순매수 전환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로스컷을 통해 주식 비중을 줄여놨던 기관들이 여유자금으로 다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악성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최대 기관인 투신권은 아직 매수여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이춘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10월들어 고객예탁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주식형펀드는 정체 내지 소폭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일부 투신사들은 기술적 반등을 이용해 편입비중을 줄이기도 했다. ◆바닥확인 공감대 이같은 기관의 태도 변화에는 국내증시가 단기적으로 종합주가지수 580선에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창훈 동원투신 상무는 "한차례 투매가 나왔으며 뉴욕증시 등이 악재에 둔감해지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미뤄볼 때 중기적으로 바닥을 쳤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투신 이춘수 팀장은 "600선 붕괴는 수급악화에 의한 일시적 충격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바닥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번 반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650선에서 한차례 매매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낙폭과대 대형주 주목 이번 반등장세의 선봉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지수관련 대형주다. 이들 대형주는 지난 9월중순부터 이달 11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18% 급락(700에서 576)하는 동안 주가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상당수 대형주는 한달여만에 30%가 넘는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최근 이틀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삼성SDI LG전자 등의 주가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고 있다. 기관의 매물이 일단락되고 외국인 투자자의 '사자'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훈 상무는 "핵심 블루칩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좀더 기다리는 게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