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자금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자금의 대이동"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그 움직임이 뚜렷하다.


크게 보면 4가지 흐름이다.


투자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과 환금성을,불확실성 시대임을 감안해 위험이 높은 장기상품보다는 단기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금융상품보다는 금(金).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을,지역적으로는 개도국보다는 선진국에 투자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안정통화(safe haven currency)로서 미 달러화가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아래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져 투자자들은 위험을 과감하게 선택(resort to risk)하기 보다는 위험을 관리(flight to quality)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의 자금흐름은 이같은 시장안팎의 여건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올들어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이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7조달러에 달했던 뮤추얼펀드 운용자산규모가 이제는 6천억 달러로 10분의 1이하로 격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이탈된 자금은 우선적으로 채권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4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금,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으로도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최근 국제 금값은 온스당 3백20달러대로 상승했다.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25%나 급등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도 1년전에 비해 10% 정도 올랐다.


지역적으로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개도국에 유입되는 자본이 매년 1천5백억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백50억달러로 급감했다.


국내금융시장도 국제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와 차이가 나는 것은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증시가 침체되고 정책당국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자금이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은행권에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9월중 은행권의 예금액은 4조3천억원이 늘어난 반면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의 수신상품으로부터는 자금이 이탈됐다.


이달들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대내외 증시가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침체된 증시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대내외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금흐름의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주말 달러당 1천2백60원대에 바짝 다가선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에도 1천2백50원 이상의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들어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엔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좀비(zoombi)경제"라 불리울 만큼 일본경제가 안 좋아지는 현상에서 일본 정부가 당면한 디플레를 타개하기 위해 연초에 이어 엔저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화 매수세력이 강해짐에 따라 지난주말 역외선물환 환율이 달러당 1천2백60원대에 진입한 데다 외국인 주식매도분의 역송금용 달러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이번 주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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