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비 이성적인 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차별적 투매의 폭풍이 훑고 지나간 터라 재기를 위한 추스림을 기대했다. 그러나 뒤틀린 수급은 좀처럼 반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시장 급등으로 주가가 개장초 600선 위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호되게 되밀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투자심리의 생채기만 깊게 만든 셈. 신저가 종목이 속출하고 이격도 등 기술적 바닥권에 들어선 지 오래다. 그러나 펀드 환매 쇄도 등으로 손절매 여진이 지속되며 시장을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너무 많이 당해온 시장 참가자들은 이른바 ‘속임수 반등’에 이력이 났고 소폭의 반등은 매물속에 무산되는 모양새다.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가 좌우하는 시장흐름속에 운신의 폭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반등을 기대하는 조급함보다는 시장 자체의 치유력을 지켜봄이 바람직한 상황이다. ◆ 당분간 안정 확인 필요 = 시장의 낙관론이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다. 최근 상식을 넘은 무지막지한 지수조정폭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상승세 전환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여신 억제책으로 9월들어 자동차, 백화점 등 내수경기 둔화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주식 보유 인내력에 바람을 빼는 양상이다. 11일 주가가 미국 시장 급등에도 불구하고 600선 회복에 실패하는 허약함을 노출함에 따라 당분간 현 지수대에서의 횡보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초 600선을 회복할 경우 기술적 반등의 연장가능성을 기대해보기도 했지만 시장흐름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 기술적 반등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제반 여건의 불안감이 반등을 가로막는 형국이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경기가 안좋았을 때의 지수대가 500~630이었고 현지수는 이의 중간에 위치했다”며 “이 같은 조정은 경기가 지난해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경기예상을 기초로 판단할 때 그 정도의 침체는 아니라고 하면 저평가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6조원 가량이 유출되어 현재의 예탁금과 기관 자금으로 상승을 이뤄내기는 힘겹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700선에의 로스컷은 중소형주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펀드 자체를 해체하는 양상이라 대형주의 급락이 불가피했다”며 “지수하락은 대충 마무리 국면으로 보이지만 시장심리 타격이 심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책임연구원은 “지난 9.11때를 회고하더라도 지수 폭락 당일이 바닥이 아니라 다음날 반등한 뒤 다다음날 조정을 받으면서 비로소 바닥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다음주 초 시장 조정이 나타날 경우 바닥 형성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