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의 대표주인 엔씨소프트가 11일 거래소 이전을 결의함으로써 코스닥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엔씨소프트는 시가총액 5천80억원으로 코스닥시장에서 8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다정보기술(IT)의 대표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코스닥을 탈출하는 등록기업들이 속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코스닥위원회와 코스닥시장은 지수가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대표기업이 이탈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 코스닥기업 탈출러시 엔씨소프트는 10일 이사회에서 거래소이전을 결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주주들이 끊임없이 이전을 요구해왔다"면서 "안정적 시장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전을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결정에 따라 '탈 코스닥' 러시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들어 한국콜마.교보증권.우신시스템.신세계건설.세종공업 등이 거래소로 옮겼고 작년에는 필룩스.웅진코웨이가 이적했다. 특히 KTF.기업은행 등 코스닥의 상징적 기업들마저 거래소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시장측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거래소 업종평균의 1.5배미만이어야 하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어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부채비율이 떨어진 뒤에 어떤 선택이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지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탈출하나 탈출러시는 아무리 우량해도 코스닥시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외국투자기관들의 상당수는 대상 나라의 최고시장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는데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선물.옵션을 통해 위험회피(헤지)가 가능한 거래소시장을 선호하고 있고 ▲ 주가조작, 최대주주 비리 등으로 개인들마저 코스닥시장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은 거품이 꺼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거래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굳이 코스닥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탈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책은 있나 코스닥시장과 코스닥위원회는 엔씨소프트의 이번 결정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그러나 불공정행위 근절, 진입.퇴출기준 엄격적용 등 이미 검토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건전.활성화방안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위원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수혜를 본뒤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쉽게 떠나는 등록기업들에 대해 서운함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시장선택은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때 이전기업에 부담금을 받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코스닥시장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