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보이는 종목은 많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마땅한 지지선 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종합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600선을 맥없이 내주고 코스닥지수는 다시 개장 이래 최저점을 낮추는 등 증시가 ‘공황상태’에 빠지자 허탈감에 나온 반응이다. 최근 증시는 국내외 증시가 연일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주도주, 매수주체, 모멘텀이 없는 무기력한 흐름 속에 악재만 강조되고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쉬는 것도 투자’라는 말처럼, 바닥이 설정될 때까지 잠시 컴퓨터를 끄고 냉정한 판단력을 회복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를 담은 전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과 더불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우려, 중남미 경제 불안 등 잇따른 해외악재에 따른 것이어서 쉽게 바닥을 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만 증시가 단기 급락하며 과매도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기술적 반등이 점쳐진다. 추가 급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수관련주 위주의 단기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 반등에 매달리기 = 증시가 폭락세를 멈추지 않았다. 해외악재가 지속됐다. 또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공세를 퍼붓고 기관이 손절매 물량을 내놓으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화됐다. 증시는 이 같은 해외악재와 수급악화에 눌려 바닥 탐색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증시는 그러나 단기적으로 제한적이나마 반등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먼저 이번주 급락이 ‘매도 클라이맥스’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항복선언’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많지만 이틀간의 투매는 패닉을 그려보기에 충분했다는 판단이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선임연구원은 “하락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바닥권 확인을 위한 마무리 국면이 진행중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며 “매수에 대한 시각 변화와 타이밍을 노리는 전술적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수급여건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옵션만기를 지나면서 매수차익잔고가 3,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상장지수펀드 매입분 등을 감안하면 거의 바닥 수준이다. 현재 시장베이시스가 0.70을 가리키고 있어 일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아울러 미국 서부 항만 조업이 재개된 데 이어 옵션만기가 지나고 금통위가 콜금리를 동결하는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기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노출된 상황에서 재료를 반영한 이후의 매수시기를 탐색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뚜렷하게 반등을 이끌어낼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증시에 국내외 악재가 대부분 노출되고 반영돼 매도는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상승 등을 감안해 수출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정부가 내놓을 증시안정대책은 가시적인 성과는 없더라도 투자심리 회복을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제정책조정 회의를 열고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등 증시안정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증시 추락에 따른 증권사 사장단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연속해서 증시부양책이 발표되는 시점을 지수바닥권의 마지막 단계로 가늠할 수 있다”며 “낙폭이 과대한 우량 지수관련주에 대한 분할 매수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지표들이 반등을 기다리고 있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닥권 확인에 유용한 지표인 종합지수 20일 이격도가 87%로 과매도 신호를 내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지수에 앞서 연중 최저를 기록한 이후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분석팀장은 “종합지수 600선 이하는 언제든지 반등이 나올 만한 지수대이며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외국인이 매수우위로 돌아서는 시점에서 매수에 가담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