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10시30분 서울 서초동 S증권 객장.평소와 달리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종합주가지수 600선 붕괴 소식을 듣고 객장에 나온 투자자들은 말없이 전광판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따금씩 긴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객장 영업직원은 업무사원 몇명을 빼고는 대부분 자리를 비워 사무실이 텅빈 느낌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주가 폭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투자상담사 김영수씨(40)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데다 그마나 객장을 지키고 있는 손님도 무기력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개미들은 이미 매도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주문 자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올림픽지점 양광섭 지점장은 이날 "객장에 한숨소리만 가득하다"면서 "고객들이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지점장은 "비교적 부촌이고 고객들도 나름대로 지위가 있지만 여기저기서 고함을 지른다"면서 "사소한 일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라고 객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D증권 분당지점의 최모 대리는 "심리적 지지선들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면서 "시장이 반등하더라도 당분간 투자심리가 회복되긴 힘들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사 영업직원들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주만 해도 매도물량을 쏟아내는 국내 기관과 대책없는 정부를 비난하는 고객이 많았는데 오늘은 아예 할말을 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본점 객장의 한 직원은 "증권사나 투자자나 모두 포기한 상태"라면서 "매수세력은 장이 더 떨어진 뒤 들어오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며 보유주식을 팔려는 매도세력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최모씨(44·서울 사당동)는 "오늘 장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지금이라도 하한가 매수주문을 내야 할 지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곁에 있던 이모씨(50·서울 등촌동)는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은 미국 경기 침체와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등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 차라리 미국이 이라크를 빨리 공격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본점 객장에 나와 있던 박모씨(51·서울 봉천동)는 "1억원을 투자해 2천만원만 남아있다"면서 "전자관련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손절매하기에 너무 늦었다"며 울먹였다. 이모씨(65·서울 신길동)는 "투자자금이 반토막났다"면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증시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일부 '큰손' 고객들은 이제 주식을 살 때가 됐다면서 매수타이밍을 상담해오고 있다. 대우증권 본점 관계자는 "일부 재력가들은 이제 바닥권에 진입한 만큼 주식을 사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비치고 있다"며 "지수 600선이 무너지면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