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최근 반등폭을 까먹으며 다시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다우 등 주요지수가 급락하며 5주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충격파를 그대로 흡수했다. 호가공백이 크게 나타나는 등 매수세도 적극성을 잃고 있고 매물규모에 비해 지수하락폭이 과도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경기회복 지연, 기업체 실적 악화, 이라크 전쟁 위기 등 ‘묵은’ 3대 악재가 여전히 시장심리를 압박하면서 쉽사리 반전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막연하게 기대했던 650선 지지가 무산되면서 이젠 600선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한편에서는 차라리 지금처럼 슬슬 내리기보다는 한차례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패닉 상태와 투매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눈치도 없지 않다. 그만큼 시장은 아직 바닥 더듬기에 확신이 없는 모양. 그러나 거래대금이 연중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펀더멘털 악재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향후 더 이상의 하락을 두려워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 국내 경기둔화 우려 = 세계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견조한 양상을 보여온 국내 경기 상승세가 최근 나온 경기선행지표 하락세 유지, 소비자심리 둔화 등 제반 지표를 통해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3/4분기 소비자동향지수는 115를 가리켜 2분기 연속 하락해 소비심리가 급격한 둔화세를 나타냈고 8월 경기선행지표도 3개월 연속 하락한 것. 국내증시가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이 9.11테러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는 것과 비교해 낙폭이 덜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상반기 국내 경제를 받쳐온 탄탄한 내수경기가 최근 개인신용 과다창출 부작용으로 내리막으로 전환될 전망도 강해 이러한 걱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기본적으로 확장 선상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하락세로의 급전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해외시장 안정이 선행될 경우 이러한 여건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것. 한국투자신탁증권 정무일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산업경기는 전반적으로 하락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 등 선진국의 하락압력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미국경기 재하강 가능성 및 세계경기 동반 위축, 대 이라크전 가능성 및 국제 유가 불안 등 국내경제를 둘러싼 대외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실물 경기의 상승세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개인부문의 부채 급증에 따라 통화환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 등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경제는 IMF가 지적한 것처럼 OECD 국가 중 가장 안정적인 성장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외여건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충격의 강도는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된 한국경제의 우월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렁에 빠진 증시, 600선 감안 = 10월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어가던 차에 9월 마지막날 증시가 급락하며 시장에 허탈감을 안겼다. 삼성전자 주가 30만원이 붕괴되면서 향후 흐름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시장 낙폭에 당황해하면서 당장 지지선을 그리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다. 낙폭과대로 기술적 반등이 나올 만한 지수대이긴 하지만 시장 심리 위축 정도가 심해 추가 하락을 강하게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이 나오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경우 실망감만 더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30만원을 짧은 기간안에 회복하지 못할 경우엔 지수의 한등급 레벨다운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도 우울감을 더한다. 현 지수 수준에서는 일정 정도 하락 리스크를 안고서도 매수에 가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기술적 반등을 넘어서는 의미있는 상승세를 확인한 후에 시장에 참여할 것을 권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나스닥 전저점이 아직 지켜지고 있고 외국인 매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KT 등이 지수를 방어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630~650선 기술적 지지 기대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의 주식형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고 한국관련 미국 주식형 펀드도 9월 들어 1.5% 빠져나가는 등 수급 악화가 진행되고 있어 목표 수익률을 높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경기, 기업실적, 이라크 전쟁 등 악재만 부각되고 있지만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고 할 때 이들 요인은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펀더멘털 보다는 기술적 지표의 바닥권 진입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시장 변동성지표와 국내 투자심리 등이 과거 급락국면과 비교했을 때 바닥이라기 보다는 중립을 조금 밑도는 정도”라며 “이를 볼 때 이번주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는 추가 하락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630부근에서 급등락이 나타나며 바닥다지기에 나설 공산이 있다”며 “거래급감과 기업가치의 미반영 등을 고려할 때 수급안정이 나타날 경우 반등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