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와 거래량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코스닥시장이 개장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몰락'의 원인으로 ▲등록업체들의 낮은 수익성 ▲주가 고평가 ▲투명성.도덕성 부족에 따른 신뢰상실 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활발한 구조조정과 진입.퇴출 강화로 우량기업만 거래될 수 있도록 시장과 투자자, 당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무엇보다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들의 내재가치가 낮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e-비즈니스, 벤처 등을 앞세워 등장한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여기에 코스닥기업들은 거래소에 비해 지배구조까지 매우 취약하다. 거래소 종목들은 끊임없이 시장과 감독기관에 감시를 받고 있는데 비해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감시기능이 약하다. 이에 따라 CEO들의 전횡이 더 심하고 재무.회계상태 등에 대한 불투명성.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투자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코스닥의 거품을 방조.방치한 책임도 있다.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빠른 시간에 규모(등록기업 수)가 커진 신규시장은 없다. 외국기준에 의하면 일반투자자를 만나기 힘든 기업들도 시장에 편입됐다고 봐야 한다. 시장 진입.퇴출기준 강화 등을 통한 코스닥시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다. ◆ 김경신 브릿지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우선 대주주.경영자들의 불공정행위 등으로 시장의 '질'이 떨어졌다. 또 코스닥 대상의 펀드나 외국인 매수 등의 수요가 부진한 상태에서 종목 수만 급격히 늘어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술주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여기에 한때 PER(주가수익률) 40배 수준의 심한 고평가상태에 있던 코스닥종목들의 거품이 EPS(주당순이익) 개념 등이 확산되면서 빠지고 있는 영향도 크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IT경기 부진이 당분간 지속되면 코스닥도 반등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 불안이 계속되면 전저점인 45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코스닥은 한 단계 추락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 장범식 코스닥위원회 위원 외적으로는 99~2000년 IT붐 당시의 IT과잉투자로 인한 IT.인터넷업종의 세계적 동반침체가 원인이다. 코스닥 내부에서는 여전히 거래비중 90%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수급능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코스닥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저조하다. 그러나 50선 이하의 지수는 '거품해소' 이상의 저평가상태라고 생각한다. 코스닥을 되살리기 위해 우선 M&A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강제퇴출의 고통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를 위해 주식스와핑에 대해 이중과세하는 현행규정을 바꾸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또 시장은 기관이나 연기금의 코스닥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상품개발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의 진입제한을 강화하는 것에는 반대하며 퇴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실.불공정 종목들을 걸러냄으로써 코스닥의 투명성과 신뢰를 지켜야할 것이다. ◆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 코스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LG투자증권이 주요 코스닥업체 7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추정실적기준 평균 PER은 12배로서 지난해 40배에 비해 현격히 낮아졌지만 아직 거래소의 6~7배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기관참여가 부진한 것도 코스닥의 문제점이다. 코스닥종목은 프로그램매매.선물시장에서 소외, 수요창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까지 3개월간 순매도를 보이고 있어 지수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자생력을 잃고 미국증시와 거래소에 끌려다니는데다 3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확신도 없기 때문에 저가매수 기회라고 보기도 어렵다. 적어도 올해안에는 코스닥에서매수기회를 찾기 힘들 것이다. ◆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코스닥업체들의 수익기반.재무상태가 취약한데다 일반주주가 아닌 대주주 중심으로 이뤄지는 비정상적.독단적 경영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경영방향 등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감시나 예상이 가능하지 않고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대주주에 의해 회사의 중요사안이 결정되는 구조가 해결되야 한다. 매수기반이 취약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적 수익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도 문제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