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300선에 육박했던 과거의 화려한 기록들은 '거품'에 불과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주가조작이나 대주주.임원 등의 불공정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실망과 분노로 이어지면서 코스닥시장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종목들의 수익성 악화 ▲불공정.불법행위에 따른 도덕적 타격 ▲국내외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코스닥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중 코스닥위원회의노력으로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주가조작 문제 뿐이라는 설명이다. ◆ 갈수록 망가지는 코스닥 2000년 상반기만해도 코스닥시장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같은 해 2월8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8천770억원으로 거래소시장의 3조5천740억원을 추월했다. 같은달 14일에는 거래대금이 6조4천210억원까지 증가했다. 당시 거래소는 고개를 숙였고 코스닥시장은 목에 힘을 줬다. 그러나 2년7개월후인 지난 17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천717억원으로 거래소시장(1조4천724억원)의 32.0%에 불과했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조3천290억원으로 거래소시장(3조2천820억원)의 40.4%에 머물렀다. 게다가 주가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종합지수는 2000년 3월10일 283.44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 27일에는 48.52로 주저앉았다. 이는 코스닥시장 개장이후 가장 낮았던 작년 9월17일의 46.05와 불과 2.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코스닥 소속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콜마.우신시스템.신세계건설.교보증권.세종공업 등이 올들어 코스닥시장을 떠나 거래소로 옮겼다. 거래소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은 부지기수다. ◆ 코스닥기업 수익성악화, 수급불안 코스닥기업들의 상당수가 수익을 못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무늬만 기업일뿐 껍데기뿐인 회사가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지난 상반기 코스닥기업의 33%인 233개사가 적자였다. 특히 벤처업중 41%인 141개가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벤처붐의 과정에서 경쟁업체들이 난립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것도 벤처기업들이 매출을 올릴 수 없는 요인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99년말∼2000년초에 등록한 기업들의 공모자금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수익을 못낸다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 수급도 불안한 상태다. 현재 등록된 코스닥기업은 832개로 작년말의 721개보다 111개가 늘었다. 등록주식수는 84억1천406만주에서 99억8천500만주로 늘어났다. 지난 99년말 주식수는 41억3천100만주에 불과했다. 더욱이 벤처관련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코스닥시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주가조작, 대주주.임원 비리 횡행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마저 잃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세조종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참가자들이 개인인데다 종목별 유통주식수도 많지 않은데 따른 현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등록사 최대주주나 임원들의 불법.비도덕적 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의 델타정보통신 사건은 코스닥종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 희대의 사기극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코스닥의 `황제주'로 불리웠던 새롬기술의 전현직 임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당국에 적발됐다. 또 같은달에는 이코인의 최대주주가 차명계좌로 갖고 있던 주식을 매각했다가 들통났다. 이밖에 지난 3월 장미디어의 대표가 비리혐의로 구속됐고, 한빛전자통신의 최대주주는 사기 등의 혐의로 붙잡히는 등 코스닥기업들의 임원.최대주주 비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코스닥시장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있다. ◆ 뚜렷한 해결책 없어 코스닥위원회와 코스닥시장은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최대주주.임원의 불법.위규 행위를 막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저주가 종목의 퇴출기준을 액면가의 20%에서 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 ▲주가조작 관련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 ▲불법.위규 관련 경영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위원회 관계자는 "부실하고 문제있는 기업들을 빨리 제거하기 위해 퇴출 기준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많고 내부적으로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특별히 나올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퇴출기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엄격해진데다 퇴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코스닥시장의 어려움은 국내외 경제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