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정부가 9.4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돈줄을 증시로 돌릴 만한 묘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의 조치를 통해 일단 투기과열지구로 몰리던 투기자금을 막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증시로 돈의 흐름을 돌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돈이 투기과열지구 인근지역으로 튀면서 정부가 근시안적 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만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하면서 국내 증시도 맥을 못쓰고 있다. 부동산 자금 유입은커녕 기존 자금까지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주 초(30일께)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9·4 후속조치 및 증시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 25일 "증시에는 충격요법이 좋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별다른 대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이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있겠느냐"는 실무자의 말이 더 솔직한 표현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는 지난 7월 말 돈줄을 증시로 돌리기 위한 중장기 방안을 발표했으나 별 효과를 못보고 있다. 집단소송제나 기업연금제의 조기 도입,연기금 주식투자 확대,증권시장 효율화 방안 등 굵직한 방안들을 추진하겠다고는 했지만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기업연금제는 도입만 되면 향후 30년 동안 매년 1조원의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인 증시활성화 방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9·4 부동산대책 발표 때도 기업연금제 도입방안(시안)을 10월까지 만들어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노·사·정 관계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미국과 유럽 등의 기업연금제 시행국들을 돌아보고 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연내 도입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노동연구원의 방하남 연구위원은 "시안이 나오더라도 노·사나 관련부처 협의과정에서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빨라야 내년 정기국회 때나 법안이 상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 보호와 증시 투명성 대책으로 손꼽히는 집단소송제 역시 지난 2월 국회 법사위로 넘어간 뒤 8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설사 법사위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계가 반대하는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다 최근에는 '금리인상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래저래 돈줄을 증시로 유인하려는 정부 정책은 힘들어지고만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