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고,채권은 사고" 연말 결산을 2개월여 앞둔 국내 기관들이 자산배분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조짐이다. 일부 기관에선 주식을 애물단지처럼 간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행 보험 연기금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 3개 기관은 추석연휴 이후 이달 26일까지 나흘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전날 미국 시장의 급반등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25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초반 20포인트가량 급등했으나 장후반 크게 밀린 것도 기관의 대규모 매도공세 탓이었다. 기관들은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에선 "사자"에 나서고 있다. 정희엽 대우증권 채권브로커는 "연금이나 보험사들은 3년,5년짜리 장기채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절대금리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여유자금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리스크관리에 나선 기관=추석연휴 이후 국내 기관의 주식투자 전략이 1백80도 바뀌었다.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 최근 4일간 기관의 실제 순매도(기관 순매수에서 차익거래 순매수를 뺀 수치)는 3천7백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3천1백억원)를 웃도는 선이다. 과거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 이를 받아줬던 국내 기관의 공격적인 자세는 자취를 감췄다. 은행의 한 펀드매니저는 "금융회사의 자금운용 책임자와 실무자들 사이에 IMF 위기 때와 같은 주가폭락의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말을 앞둔 지금 '리스크 관리'가 투자전략에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항목이 된 셈이다. 교보생명 심흥섭 펀드매니저는 "당분간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저가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600선 부근까지 떨어져야 기관들이 저가매수를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형펀드 자금유입=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자 한동안 감소 또는 정체 상태였던 투신사의 단기 채권형펀드에 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수시로 돈을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에 지난 23,24일 이틀간 5천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6개월 미만의 단기채권형펀드 잔고도 24일 하룻동안 1천7백억원이 늘어났다. 김영덕 신한투신 상무는 "주가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될수록 MMF 등에 맡기는 단기 부동자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사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채권수익률이 오히려 하락하는 것도 이같은 자금흐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박봉권 피데스투자자문 이사는 "정책변수로 인해 하락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해질 수 있지만 시장에선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에 시중금리가 고점을 형성하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으로 미뤄볼 때 주가와 금리가 함께 떨어지는 현상이 좀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