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700선을 지나쳐 급락했다. 미국시장의 다우 등 주요 지수가 지난 7월 저점 시험에 돌입하자 심리적 위축이 심화된 모습이다. S&P500 등 기업체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내려가는 가운데 연말 경기 위축 우려가 높아졌고 여기에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시장을 수렁속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올들어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해온 700선이 크게 깨지면서 이젠 전저점 660선 지지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동평균선이 수렴후 하락 확산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어 기술적으로 중기 하락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감도 높아졌다. 해외악재를 감안하더라도 하루 내림폭이 예상보다 깊고 거래가 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도 3,000억원 아래에 머물고 있어 물량 부담도 완화된 상황. 그러나 의미있는 반등세가 나타나지 못하고 힘없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700선이 저항선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 나스닥 전저점 붕괴 = 국내 펀더멘털의 우수성이 누누히 언급되어 왔지만 전세계적 경기하강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독자적 행보를 이어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미국시장의 주요지수가 4주연속 하락하면서 거센 하락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최근 급락하며 7월 저점 7,532로부터 300포인트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고 나스닥은 1,200선이 깨지며 전저점을 경신했다. 미국 뮤추얼펀드의 지난주 주간 자금 흐름이 순유출로 전환한 것으로 집계돼 수급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 경기를 받쳐온 부동산 경기도 고점 징후를 내뿜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8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시장 예상치 1.3% 상승을 뒤집고 전월대비 2.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 것.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모기지 금리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이후 전월비 하락세를 지속해 저금리에 기초한 주택경기 호황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8월초 미국시장과 함께 기술적 반등을 보였던 해외 증시도 독일, 홍콩, 대만 등이 연중 저점을 경신하는 등 동반 하락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오는 24일 9월 소비자신뢰지수, 26일 8월 내구재 주문, 27일 2/4분기 GDP 확정치 등 경기지표가 몰려있다. 여기에다 향후 2주간 집중된 기업체 실적 발표속에 전저점이 지켜지리라는 희망은 옅어지는 모습. 현지시간으로 화요일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에서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당장 시장을 돌릴 만한 요인은 발견하기 힘들다. 경제지표가 최소한 호전은 아니더라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정도만 나와도 시장심리 추스르기에 도움이 될 공산은 있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미국시장이 내구재 주문까지 안좋게 나올 경우 사실상 이중침체를 확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고려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책이 기대되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660~700 박스권 타진 = 700~750 박스권 하단이 붕괴되면서 700을 고점으로 하고 전저점을 하단으로 하는 박스권이 새롭게 대두했다. 그간 한두차례 붕괴된 후 회복하는 탄력을 보였지만 향후 700선을 빠른 시간내에 되찾지 못할 경우 이 지수대가 저항선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700선 부근에서의 외국인 및 기관의 대기매수세가 실종되는 등 지수 흐름은 당장 상승 전환하기에는 벅차보인다. 9월 들어 순매수를 기록하며 수급에서 한가닥 희망의 빛을 비추던 외국인은 23일 900억원 이상 순매도로 돌았다. 기관은 추가하락을 우려하며 프로그램 매물이외에 손절매성 매물을 내놓는 모습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기업체 실적 경고와 경제지표 실망으로 수급모멘텀을 유발할 만한 신뢰감이 사라지고 있다”며 “매수나 매도 모두 감소하는 관망세가 강해 탐색과정속에 저점 만들기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해외악재를 감안해도 하루 낙폭이 3.5%에 달하는 것은 조금 과한 것으로 판단돼 지속적 하락보다는 하루 이틀 반등가능성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박스권을 하향 이탈했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잡혔다고 보면 반등시 물량을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고점 739포인트 대비 낙폭이 80포인트에 달해 단기 반등 수준에는 이르렀다"며 "기술적으로 전저점 지지 기대는 있지만 고점이 계속 떨어진 상황이라 이를 확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