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거함 `대한생명'호를 전면에 내세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곳곳에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어 대생호 순항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위주로 사업을 영위해온 한화가 거의 경험이 없는 생명보험 분야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와 필요한 자금들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이 특히 우려되는부분이다. 여기에 내년 8월께 은행과 보험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들의 보험업 진출이 예상돼 기존의 보험사외에 은행을 등에 업은 신규진출보험사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 한화가 과연 대한생명을 인수, 잘 이끌어 갈 수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청와대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모범그룹으로 꼽을 만큼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바꿨고 자금도 나름대로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 대한생명은 어떤 회사인가 = 공적자금 3조5천500억원이 투입되고 자산규모가23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생명보험회사로 선두 삼성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2위 자리를놓고 교보생명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01년 회계연도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이들 3대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은 삼성생명 39.7%, 대한생명 19.8%, 교보생명 18.4%였다. 교보생명은 2000년 회계연도에 시장점유율 22%로 17.7%의 대한생명을 앞섰으나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대생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대한생명은 또 2000년 회계연도에 2천98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회계연도에는 8천5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영업실적이 호전됐다. 지난 5월말 현재 임직원 5천800여명, 7개 지역본부와 73개 지점, 1천200여개의영업소를 갖추고 3만6천여명의 보험 모집인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 향후 경영진 구성은 = 경영진 구성은 대한생명의 향후 진로와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키(key) 중의 하나다. 대생호를 이끌어갈 대표이사로는 내부에서 박종석 그룹부회장 겸 한화증권 회장과 진영욱 한화증권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재무부 이재국 출신으로 보험감독원장, 증권감독원장, 국민은행장을 역임해 금융의 모든 분야에 밝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한화가 대한생명을 앞세우고 기존 계열사들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내에서는 대생호 선장 후보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금융정책과장을 역임한 진 사장도 95년 한화로 옮긴 이후 계속 한화증권 사장을맡아 금융업무에 밝은데다 김승연 회장과 경기고 동기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화 내부에서는 오히려 최고경영자(CEO) 외부 영입설에 더 무게를 두고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전방위 경쟁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 선진국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은 전문 경영인이나 국내출신 보험분야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정이만 구조조정본부 홍보상무는 "지난 7월 방미 때 김승연 회장이 현지 보험분야 전문경영인들에게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화는 최고 경영진의 핵심멤버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대생 멤버들을 적극적으로활용, 업무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경험부족 어떻게 극복하나 = 91년에 계열분리된 제일화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었던 것이 유일한 보험사 경영 경험이다. 그러나 제일화재가 동종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약했던데다 오래전에 일이라 사실 보험분야 경험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이런 경험 부족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극복한다는 전략에 따라 대생 경영에 대한 그룹의 간섭을 가능한 배제하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독립운영 체제를 표방할생각이다. 또 한화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본의 종합금융회사 오릭스의 다양한 영업 노하우를활용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기존 금융계열사와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보다는 생명보험 분야에서 자체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 자금은 모자라지 않나 = 한화는 98년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7천억-8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서 대생인수자금으로 4천600억원 정도를 빼면 2천억-3천억원이 여유가 있다. 그러나 대한생명 경영에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여유자금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강금식 공자위 위원장이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한화의 대생인수시 부실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인수자금외에도 대생 경영과정에서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을 염두에두고 한화가 과연 그 돈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걱정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이런 시각과 관련, "앞으로 대생에 추가자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한화㈜ 인천공장 매립지 매각, 잠실부지 매각 등으로 1조5천억원을 마련하고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는 3조5천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자산건전성이 확보된 대한생명을 자칫 부실화할 경우 국민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 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