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10년물 국채 입찰이 사상 처음으로 유찰된 것은 일본 경제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일본 중앙은행이 증시 부양을 위해 민간은행들이 보유한 기업 주식 중 4조엔어치를 매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금융시장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이른바 '사요나라 니폰(안녕 일본)' 현상이 계속되면 금융불안이 확산되고,엔화가치 및 주가가 상당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왜 유찰됐나=일본 국채를 사봤자 커다란 이익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행금리가 다른 나라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채권가격이 높아) 일본 국채를 사고자 하는 매수자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다. 일본 국채에 대한 최대 수요자인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다. 더 이상 국채를 사들일 능력이 없다는 게 이번 국채발행 유찰의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바클레이캐피털의 존 리처즈 채권시장 전략가는 "국채 발행이 유찰됐다는 것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창피한 일"이라며 "15개 대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도 자금 확보가 어려워져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엔 약세 지속 불가피=일본 경제에 대한 흥미를 잃은 외국 투자자들이 엔화 자산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고 있어 엔화 가치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수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엔저(低)를 용인하고 있어 앞으로도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뱅크사라신의 잰 포저 외환리서치 팀장은 "불경기를 벗어나려는 일본 정부의 어떠한 정책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며 "엔·달러 환율이 1백25엔을 넘어 1백30엔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