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애널리스트의 남성 펀드매니저 '공략'이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법인영업 전문증권사인 피데스증권의 반도체·전기전자 애널리스트인 임은미 수석연구원(29)과 도소매·미디어 업종을 맡고 있는 한상화 선임연구원(28).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애널리스트가 가장 힘들어 하는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한 마케팅에 온몸으로 승부를 걸고 나섰기 때문.리서치 자료 배포 위주의 일반 애널리트와 달리 이들은 e메일과 프리젠테이션을 주무기로 쓰고 있다. 임은미 연구원은 "공식적인 자료나 프리젠테이션 자리가 아니더라도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접 펀드매니저를 찾아가 의견을 주고 받는다"고 말한다. 이들의 e메일 리스트에 올라 있는 펀드매니저는 줄잡아 1백명이 넘는다. 한상화 연구원은 "법인을 상대로 하는 리서치업무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간에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성과(매매주문)를 얻기 어렵다"면서 "항상 펀드매니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펀드매니저들의 기업탐방 때에도 동행한다. 이들이 놓치기 쉬운 항목을 요모조모 체크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증권사 리서치 자료들이 대부분 대동소이한 것과 달리 이들의 보고서는 참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병헌 피데스증권 사장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다른 자료를 거의 참조하지 않으며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다"면서 "현대투신 교보생명 등 프리젠테이션을 해본 기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미혼인 이들의 경력은 다른 애널리스트에 뒤지지 않는다. 임 연구원은 서울대(소비경제학) 졸업 후 외환코메르쯔투자신탁을 거쳐 조흥은행 경제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한 연구원은 이화여대(경제학) 졸업 후 한국투신에서 3년동안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임직원 20명의 소형사인 피데스증권은 올 사업연도 1분기(4∼6월)에만 9억원의 흑자를 냈다. 기관들의 거래가 뚝 끊긴 요즘에도 한달에 1천억원 이상의 약정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들어 파워 우먼 2인방의 활약상에 대한 소문이 증권가로 퍼지면서 기관들의 프리젠테이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