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금융시장은 원·엔 환율,한국과 미국 주가 및 금리 동조화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추석연휴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전망해보기 위해서는 대외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이다. 이라크가 UN의 무기사찰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이후 전쟁 우려감이 낮아지긴 했지만 미국의 현 태도를 볼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기와 기업들의 실적이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올4·4분기 이후 미국경기와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에 다가갈수록 미국증시와 국내증시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것도 이같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난 8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에서 '경기둔화-완화'쪽으로 변경함에 따라 오는 24일 예정된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점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연방기금금리 1.75%는 경제여건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는 미국등 선진국의 국채수익률 항방도 자금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국채수익률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채권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내금융시장에서도 시중금리가 바닥권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외국인들이 보유채권을 내다 팔고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강세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9월 이후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미 달러화가 부각되고 있는데다 일본과 유럽 경제가 안좋은 점을 감안할 때 달러강세 기조는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달러강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금융시장에서는 채권투자에 따른 환(換)위험이 커져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외국인 매매패턴에 변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달러화 강세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이 디플레 방지차원에서 엔저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도 국내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4월 중순 이후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대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모처럼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갖게 했던 수출마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경제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런 만큼 엔저 정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는 강한 편이다. 앞으로 엔저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엔 동조화 현상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1천2백원대에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외국인 매매패턴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언제 포기하느냐도 커다란 변수다. 올들어 중국의 외환당국자들은 지난 94년부터 '1달러=8.28위안'으로 운영해온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의사를 계속 비쳐왔었다.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 가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한국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2일 독일 총선 이후 유럽의 정치권 변화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유럽정치주도세력이 좌파에서 우파로 바뀔 경우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파 정부는 개별국가의 이익을 중시하는 만큼 통상마찰의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