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물시장에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상태에서 선물 매매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가 그날 장세를 좌우하고 있다. 특히 최근 '큰 손'들이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매매에 몰두하면서 이같은 '롤러코스터'장세는 심화되는 추세다. 18일 증시에서는 4천78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700선을 테스트했다.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이 4천억원을 웃돈 것은 지난 5월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전날 2천1백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이어지며 장이 급등한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최근 현물시장의 투자주체들이 해외변수에 발목을 잡혀 관망세를 보이는 동안 선물시장에 투기적인 매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18일 폭포수 효과(프로그램 매물로 인해 현물시장이 하락할 때 선물시장이 추가하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현상)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투기가 아닌 헤지성 거래를 할 경우 프로그램 매물로 인해 현물시장이 하락하면 시장베이시스(현·선물시장의 가격차이)가 좁아지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다만 이날 매수차익잔고가 연중 최저치인 1천4백억원대로 줄어든 만큼 프로그램 매물에 대한 부담은 크게 덜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 연구위원은 "장기증권저축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매수차익잔고 수준에서는 더 나올 수 있는 물량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개인과 외국인의 선물 누적매도분이 환매수된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기준으로 개인은 1만3천계약,외국인은 7천계약 가량의 선물 매도계약을 누적시킨 상태다. 특히 3일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개인이 서둘러 누적 매도분을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투신증권 지승훈 연구원은 "18일 장막판에 개인이 누적 매도분을 일부 청산한 것은 추석연휴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전에는 18일과 유사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중동전 가능성 등 해외변수가 여전히 불안하고 경기 및 기업실적과 관련된 불투명성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관이나 외국인 등 주요 매매주체가 현물시장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기 힘든 만큼 당분간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도 "시장은 당분간 해외시장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를 흔들며 700∼750선에서 등락하는 박스권 장세가 연출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