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천2백원 대 6백58원.' 코스닥 등록기업인 스탠더드텔레콤이 발행한 제3회차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2년여 전 발행 당시 행사가격과 현재 행사가격이다. 이 회사가 지난 2000년 3월 이 해외BW를 발행했을 때 행사가격은 1만4천2백원.당시 코스닥지수는 270∼280선이었다. 그러나 이후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지수가 50선까지 떨어진 데다 기업실적까지 악화되면서 주가가 폭락,현재 BW 행사가격이 무려 20분의 1 수준으로 토막나 있다. 이 회사 BW 전환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주가 하락시 전환가격을 낮추는 리픽싱(가격조정) 조항을 거듭 적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행 당시에는 행사가격 조정의 하한선이 최초 행사가의 60%로 제한됐으나 지난 2월 하한선을 액면가(5백원) 수준으로 변경,그 이후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늘어난 물량은 고스란히 소액투자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스탠더드텔레콤의 경우 리픽싱 조항을 변경한 지난 2월 약 1천만주였던 행사 가능한 주식수가 현재는 3천만주에 달해 반년 사이에 행사 가능한 주식수가 2백%나 증가한 셈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전략부장은 "정관을 변경하는 식의 편법으로 전환사채(CB)나 BW 가격조정 하한선을 바꾸는 관행은 문제"라며 "코스닥지수가 고점을 기록하던 2000년 CB나 BW를 발행한 기업 중 실적이 나쁘거나 투명성이 결여된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리픽싱은 주가가 하락하면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리픽싱이 된다면 기업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