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유액이 3조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뮤추얼펀드에 기업 주주총회 위임투표 내역 공시의무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19일 공개회의를 열어 뮤추얼펀드 등 투자펀드에 기업주총 위임투표기록을 사상처음 공시토록 하는 규정 제정방안을 검토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이 규정이 제정되면 뮤추얼펀드 업계에는 `패배',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필요성을 주장해온 노동계 등에는 `승리'로 각각 기록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미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 등은 투자매니저들이 임원보수나 이사진 선임 등의 현안이 걸린 기업 주총에서의 투표내역을 실질주주인 투자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피델리티 등 대형 펀드를 중심으로 한 뮤추얼펀드 업계는 펀드매니저들의 개별 위임투표내역을 알아야 할 권리가 투자자들에게는 없으며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이를 강제하는 규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이 투자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기들은 주총 위임투표내역을 새로 공시하고 포트폴리오의 보유주식내역의 공시횟수를 늘리려는 개방확대 시도에 저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EC는 주총 위임투표기록외에 위임투표의 방향 결정 절차와 내부지침 등도 아울러 공시토록 의무화할 방침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AFL-CIO의 윌리엄 패터슨 투자국장은 "이번 조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노동계의 염원이 실현된 것을 환영했다. 그러나 뮤추얼펀드 업계의 로비기구인 `인베스먼트 컴퍼니 연구소'(ICI)는 관련 규정 제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다. ICI는 주총 위임투표가 "투자과정"의 일부일 뿐이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탁자로서의 의무에 따른 것이므로 주주들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EC는 오는 19일 회의에서 관련 규정을 제정키로 결론이 나더라도 관례대로 한 달 이상의 의견수렴기간을 거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뮤추얼펀드의 주총 위임투표 내역 공시문제는 엔론 스캔들과 여타 기업지배구조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론화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