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D램 가격이 하락하거나 해외 IT업체 주가가 떨어진다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같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삼성전자가 반도체 '나노'와 '기가'시대를 맞아 독주를 선언했다. 세계 최초의 회로선폭 90나노 양산기술 확보와 메모리중 최대용량인 2기가바이트의 플래시메모리 세계최초 생산은 이를 입증하는 지표중 하나. 디지털 제품들에 메모리의 사용처를 계속 늘림으로써 메모리가 장기적으로 비메모리에 밀려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을 뒤엎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의 지속적인 성장은 반도체업계의 대부 인텔을 위협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나노와 기가 기술 선도=삼성이 2기가 플래시메모리와 5백12메가 DDR D램에 적용한 90나노 기술은 인텔이 당초 내년 3분기에 상용화할 예정이었던 것이기 때문에 상용화 시기를 1년가량 앞당긴 것이라고 황창규 사장은 설명했다. 메모리 업계의 주종은 아직 0.15㎛기술로 0.13㎛기술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삼성전자가 90나노기술에 제일 먼저 도달함으로써 경쟁업체들과 격차는 1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술은 0.13㎛공정보다 생산성을 40%가량 높일 것이라고 황 사장은 덧붙였다. 또 기가급 메모리의 양산시기도 크게 앞당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시제품을 내놓은 2기가 플래시메모리는 세계 처음이며 지난해 1기가 제품개발을 발표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90나노 공정을 적용해 만든 2기가 플래시메모리는 대용량 초소형 제품으로 향후 플로피디스크는 물론 소용량 하드디스크까지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 16개로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4기가바이트 메모리카드를 만들면 기존 음악 CD 70장 또는 영화 비디오 테이프 4편의 데이터를 대체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이 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투자를 시작한 12인치 웨이퍼 전용라인을 내년 3·4분기부터 가동해 플래시메모리와 5백12메가 및 1기가 D램을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8인치웨이퍼 라인을 능가하는 수율에 이르러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메모리 신성장 전망=황 사장은 "IT산업이 확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더욱 빠르게 진보하고 모든 디지털 제품에 급속히 채용되는 등 PC의존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다"며 메모리 신성장론을 밝혔다. 카메라 게임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채용되는 NAND 플래시메모리의 등장으로 필름과 PC의 플로피디스크,소용량 하드디스크드라이브까지 사라짐으로써 전자기기의 모바일화 및 멀티미디어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1년부터 범용 PC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차별화를 추진해 초고속 DDR SD램, 램버스 D램, 그래픽 D램 등의 비중을 70%까지 올렸다. 범용 D램은 30% 수준에 불과,범용 PC 의존 제품 구조에서 탈피했다. SD램 가격이 하락해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