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옛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사들이자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본점건물 매입설이 나올 때마다 극구 부인하던 롯데가 전격 인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최형 이사는 "지난 7,8월 열린 공개입찰이 잇달아 유찰되면서 건물주인 우리은행이 인수를 제의해와 결정하게 됐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가 오래 전부터 한일은행 건물에 눈독을 들여왔다"며 "미도파를 인수한 지 두 달 만에 대형건을 터뜨린 것은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각본이란 롯데백화점 본점 확장 전략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옛 한일은행 본점이 롯데 본점과 메트로점 사이에 있어 세 곳을 연결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 본점은 매출이 1조원 안팎으로 규모면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하지만 '고급 백화점'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진 못하다. 한 단계 도약하려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아울렛매장이나 면세점처럼 덜 중요한 매장을 본점에서 빼낸 뒤 메트로점이나 한일은행 건물로 옮기고 본점은 고급 브랜드를 유치해 명성에 걸맞은 면모를 세우겠다는 것이 롯데의 복안이다. 옛 한일은행 본점은 건물구조상 사무실 건물로 층고가 낮아 1층을 제외하고는 백화점 매장으로 쓸 수 없다. 롯데는 한일은행 본점에 대한 전면적인 개보수 계획은 없으며 현재 상태대로 사무실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롯데호텔,메트로점,옛 한일은행 본점을 묶어 '롯데타운'을 만든다는 구상도 흘러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지하를 연결해 상가를 조성한다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