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다시 급락하며 720선 아래로 향했다. 전날 20일과 60일선을 호기롭게 상향돌파하며 중기추세 전환을 모색하던 기세는 다시 수그러들었다. 9.11테러를 무사히 지난 안도감을 미처 향유하기에는 국내외 경제 펀더멘털 여건이 녹록치 않다. 부시 대통령이 UN연설을 통해 대 이라크 전쟁 불가피론을 강조하자 시장에서는 전쟁 발발의 영향을 따져보는 시나리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급등 등 국내외 경제의 부담이 그 만큼 가중되리라는 우려가 시장심리를 잡고 있다. 이 와중에 그나마 미국 시장의 펀드 환매가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이 확인돼 안도감을 주고 있다. 자금조사기관 AMG에 따르면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로 지난 9월 4~11일 38억달러가 순유입돼 지난 5월 15일 이후 주간단위 최대규모의 자금 순유입이 기록된 것. 이는 외국인의 최근 연속적인 순매수 행보와 어느정도 맥이 통하는 대목이다. 시장은 급락에도 불구하고 큰 두려움을 나타내지 않는 담담한 모습이다. 700선 부근에서의 대기매수세 믿음을 유지하며 750선 저항벽을 넘기 위한 움추림으로 해석하는 분위기. 다만 하반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잦아들면서 추세적 상승을 모색할 만한 계기를 찾기가 여의치않다. 프로그램 매매에 연동하면서 순환매 성격의 반등세와 이에 대한 기술적 단기 매매만이 가능한 ‘먹을 것 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경제 펀더멘털의 급격한 개선이 어렵다면 우선 전쟁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일단 저평가 국면으로부터의 탈출 시도가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다시 펀더멘털이 ‘핑계’= 미국시장이 기술적 저항선에 부딪히며 조정세를 보이자 전세계 증시도 상승 기세가 한 풀 꺾였다. 9.11테러 1주년을 코앞에 두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며 바닥권 신뢰감을 높였지만 그 기반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된 셈. 미국 고용지표가 여전히 불안하고 미국의 재정적자도 악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여지도 줄었다.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도 확장을 나타내는 100 이상을 유지했지만 두달째 하락세를 이어 세계경제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지난 11일 나온 미국 연준리의 베이지북 보고서의 최근 제조업 중심의 경제회복 둔화 지적과 그린스팬 연준리 의장의 12일 의회 연설이 오버랩되면서 다시 경기 펀더멘털이 시장심리를 장악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2/4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1,300만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 가운데 그린스팬은 이날 의회 증언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한계를 지적, 추가적 금리인하에 회의적임을 시사했다. 주간실업수당 신청건수도 전주보다 1만 9,000건이 는 42만 6,000건으로 악화돼 최근 기업체의 신규고용 위축을 재확인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나온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미시건대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최근 이라크 전쟁발발 위기감을 반영하며 86.2로 전달의 87.6 보다 더 내려갔다. 반면 월간 소매 매출은 자동차 부문의 호조에 힘임어 0.8% 증가했다. 한투증권 정무일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팬 의장의 발언내용과 베이지북을 통해 본 미 경제에 대한 시각은 성장 모멘텀 약화의 장기화로 요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린스팬 의장이 종전과 달리 미 경제에 대해 위험요인을 더욱 강조한 점에 주목한다”며 “증시침체, 기업 투자지출 감소, 테러위협 등 세가지 불확실성을 여전히 이겨내고 있지만 ‘대단히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밝혀 미 경제의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지적했다. ◆ 박스권 아래위 좌충우돌 = 시장이 중장기적 흐름을 결정할 만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좁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700~750선에서 철저히 등락하는 모습. 750선 부근에서의 저항 부담감이 작용하며 하락 되돌림 현상이 나타났다. 박스권 상단에 도전할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역시 약세장에서의 기술적 등락이라는 한계를 다시 확인한 양상. 다만 최근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닷새째 매수우위를 나타내는 등 수급주체로 부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700선 회복력을 재확인한 점에서 조만간 강한 탄력을 보일 가능성도 타진된다. 정부의 아파트 기준시가 대폭 상향 등 부동산 투기의지가 확인되면서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 기반도 점차 조성되고 있다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경제지표의 악화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완만한 경기회복의 징후가 확인될 경우 시장 심리의 회복도 기대할 만하다는 인식도 상존하고 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3/4분기 계절적 수요가 기대보다 미진할 수도 있지만 7월 PC판매를 볼 때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전쟁 악재가 해소될 경우 긍정적 흐름이 예상되 지금은 충분히 물량을 들고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수그러들면서 채권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외국인 현물 매도가 안나오는 것도 이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아직 중기적 상승을 가늠하기는 힘들다”며 “기술적으로 투자심리가 20~30일 경우 바닥권 반등이 나오고 다시 50~60에 이르면 고점을 찍고 반락하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