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금리가 연일 미끄럼질을 계속하면서 1%선 붕괴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3일 장중 한때 1.000%까지 밀리며 98년10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폐장 가격은 1.003%로 전일과 같았으나 시장 주변에서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 등을 이유로 금리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장기금리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를 자금 흐름의 변화와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서 찾고 있다. 주식 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속속 옮겨가고 있는데다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예금자보호장치 전면 해제의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소 금융사들이 예금인출에 대비해 보유 중이던 현금을 채권 투자로 돌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중기채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해 왔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고수익을 겨냥,10년 만기채로 투자 대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도 수익률 하락(채권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일본정부가 오는 20일께 발표할 디플레 대책이 경기를 자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 하락을 선도했다. 분석가들은 추경예산 편성과 부실 금융사에 대한 공적자금 추가투입 등 약효가 빠른 처방에 대해 일본 정부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음을 지적,이번 대책이 침체된 경기를 살려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미즈호증권 우에노 야스야 수석 이코노미스트) 일본은행이 정부 여당의 요청에 밀려 추가적인 금융완화에 나서면서 채권시장 개입을 확대할 공산이 커진 것도 금리하락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일본은행의 국채매입 규모는 현재 월 1조엔에 이르고 있으나 조만간 열릴 정책결정위원회에서 이를 1조2천억엔선으로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재정적자 축소에 매달려온 고이즈미 정권이 국채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낮은데다 기관투자가들의 장기국채 선호현상마저 뚜렷해졌다고 전제,1% 전후의 초저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