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들어 고객예탁금 횡령, 주가조작, 계좌도용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져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비위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빚어낸 것으로, 증권사의 뼈를 깎는 자정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빈발하는 금융사고 굿모닝신한증권 김모(40) 지점장은 모신협이 맡긴 예탁금 수십억원을 횡령해 지난 11일 잠적했다. 증권사측은 횡령규모가 20억~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증권 직원 김모(31)씨는 지난 98년 8월부터 4년간 고객에게 투자금을 빌려 주는 '신용융자'를 이용해 공금 47억원을 빼돌렸다가 지난 7월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 4월에는 회사 내부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키움닷컴증권의 감사팀장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공금 5억9천만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달아났다. 횡령 뿐 아니라 주가조작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초에는 D증권의 간판급 애널리스트가 코스닥등록기업인 하이퍼정보통신의 주가조작에 가담해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증권가에 충격을 줬다. 또 대우증권의 한 직원은 기관 투자가의 계좌를 도용해 코스닥등록기업 델타정보통신의 주가조작에 나섰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허술한 내부통제가 문제 하루 수조원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증권사 임직원들은 돈의 유혹에 빠져 들기 쉽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내부 감시 및 통제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횡령사건의 경우 증권사측에서 적발한 것이 아니라 피해를 본 신협측에서 감사를 앞두고 거래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현대증권 사건도 회사측에서 고객 계좌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는 점이 악용됐다. 키움닷컴증권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이런 비위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데도 증권사들의 처벌 강도는 약하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비위행위를 저지른 증권사 직원은 지난 97년 28명, 98년 67명, 99년 199명, 2000년 286명, 2001년 508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241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1천329명중 징계퇴직(면직) 처분을 받은 사람은 29.3%(390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준법감시인 제도와 내부감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 금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며 "감독당국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개인뿐 아니라 이를 막지못한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