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닷새째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9일 코스닥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2.56포인트, 4.55% 빠진 53.66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6일 기록한 연중 최저인 54.43을 경신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은 지난주 말 뉴욕증시가 상승했다는 소식에 소폭 반등세로 출발했지만 이내 되밀렸고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키우며 56, 55, 54선을 차례로 내놓았다. 대외적으로 이라크와 미국의 개전이 임박한 가운데 시장 내부에서는 잇단 주가조작사건에 이어 불법 역외펀드 적발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해 위축됐다. 또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인이 엿새 연속 매도 공세를 퍼붓고 기관이 매도에 가담함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 이상 급등한 데 이어 반도체 현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등 호재도 나왔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시장관계자들은 코스닥시장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며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것을 권했다. 전 저점마저 손쉽게 붕괴된 상황에서 의미있는 지지선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은 투매에 가까운 매물이 쏟아지며 기타제조를 제외한 전 업종이 무차별적인 급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 상승에 치명타를 맞은 운송을 비롯, 컴퓨터서비스, 소프트웨어, 금융 등이 큰 폭 하락했다. 외국인의 매도 폭격을 받은 국민카드가 10% 이상 급락했고 휴맥스는 중동지역 매출 우려 등 온갖 악성 루머에 시달리며 한 때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낙폭을 좁히며 7.46% 약세를 기록했다. 이밖에 KTF, 강원랜드, 기업은행, LG텔레콤, CJ39쇼핑, 아시아나항공 등이 지수관련주가 대부분 하락했다. 파워콤 입찰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나로통신과 엔씨소프트는 소폭 올랐다. 외국인이 172억원을 처분했고 개인이 173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기관은 큰 폭 매수우위를 보이다 지수하락과 더불어 매도규모를 줄여 3억원 순매도로 거래를 마감했다. 무려 77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한 것을 포함, 706종목이 내렸고 상한가 17개를 합쳐 172종목이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화증권 이영곤 선임연구원은 “해외 여건이 불투명한 안개 속에 파묻혀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전 저점이 붕괴됐다”며 “주요 지지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일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