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9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9월은 1년 중 주식시장이 가장 약세를 보인 달인데다 올해도 호재보다는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9월 첫거래일인 3일 S&P500 지수는 4.15% 하락한 878.02로 지난해 9·11테러 직후 첫 거래일인 9월17일(4.9%)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폭락세를 보였다. 다우와 나스닥도 각각 4.19%(3백55.45포인트)와 3.88%(51.01포인트) 추락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말의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시 발목 잡는 부진한 경기 회복=9월 들어 처음 발표된 경제지표인 8월 ISM(공급관리자협회)제조업 지수는 50.5로 7월과 같았다. 하지만 이는 다소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치(51.8%)보다 낮은 수준. 특히 7월 중 50.4를 기록했던 신규주문지수가 8월에는 49.7로 경기수축을 의미하는 50아래로 내려가 경기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고용컨설팅회사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에서 발표한 8월 중 미국 기업 해고동향은 더 큰 우려를 낳았다. 해고자 숫자가 11만8천67명으로 7월(8만9백66명)보다 무려 40%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부진한 경기지표속에 기업들에 대한 실적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금융기업인 씨티그룹은 이날 푸르덴셜증권의 투자의견 하향조정으로 주가가 10.26% 급락했고,미국 2위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자동차도 UBS워버그의 부정적 코멘트로 5.44% 하락했다. 리먼브라더스가 실적전망치를 낮춘 인텔도 4% 떨어지면서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주도했다. ◆9월 증시는 전통적으로 약세=지난 1950년 이후 주가추이를 보면 월평균 수익률이 떨어진 달은 9월 한달뿐이다. 다우는 평균 0.9%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0.5%,0.8% 밀렸다. 지난해에는 9·11테러의 여파로 S&P500지수가 8.2% 폭락(나스닥은 17% 하락)했고,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이었던 2000년 9월에는 10년 장기호황이 꺾이면서 5.3% 떨어졌다. 올해는 부진한 경제지표 외에도 9·11 1주년을 맞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래도 식지 않는 낙관론=지난달까지 월가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이 반등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5개월 연속하락은 81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 경기가 계속 부진할 경우 오는 24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상존한다. 이날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세계 전체의 반도체 칩 판매액은 1백1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전월보다도 2.9% 증가하는 등 세계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