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치가 무엇으로 결정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일 것이다. 돈을 못버는 회사는 당연히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익을 얼마나 거뒀느냐는 절대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본금 1백억원인 기업이 10억원의 이익을 낸 것보다,자본금 50억원짜리가 10억원의 이익을 낸 게 훨씬 더 가치가 있다. 그래서 요즘 기업가치를 따지는 절대지표로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각광받고 있다. ROE는 쉽게 말해 "돈을 어느 정도 써서 얼만큼 이윤을 벌어들였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10억원을 갖고 1억원을 번 회사도 있지만,2억원을 들여 1억원을 버는 기업도 있다.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써서 벌어들이느냐를 알 수 있는 지표다. ROE와 주가=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리서치센터본부장)는 "ROE는 주주들의 투자자금으로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ROE가 높은 종목이 좋은 회사라는 뜻이다. 실제 ROE가 높은 종목은 주가상승률이 높다. ROE 상위 20개 종목중 15개 종목이 올 연초보다 주가가 올랐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ROE가 높은 종목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은 ROE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16.84%),SK텔레콤(15.61%),현대모비스(17.88%)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중엔 상장기업의 평균치(13.8%)보다 높은 종목이 수두룩하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최근 많이 사들인 KTF는 올해 예상 ROE가 24.8%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 5월 이후에만 3백20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CJ39쇼핑의 올해 ROE 추정치는 40.8%,국순당은 50.6%,엔씨소프트는 35.2%에 이른다. ROE는 상장사의 속내=전문가들은 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설 경우 이들 ROE가 높은 종목의 주가 상승탄력은 다른 종목보다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 정 상무는 그러나 "경기변동에 따른 실적 변화가 심해 자본레버리지 효과가 크거나 장부상 이익으로 ROE가 높은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과감하게 가려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기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원활하게 들어오는가(현금흐름)를 확인해야 한다고 정 상무는 덧붙였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백44개 12월 결산법인의 올 상반기 실적에 미뤄보면 이같은 추세는 분명히 나타난다. 이들의 ROE는 평균 13.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3%)보다 2배이상 늘어난 수치다. 자본총계는 2백5조7천억원에서 2백18조1천억원으로 6.0%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6조5천억원에서 15조1천억원으로 1백33.3%나 늘어났다. 동원증권은 ROE 증가가 매출 증가 등 영업측면의 호전보다는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부채감축 등) 및 환율 하락에 의해 경상이익 순이익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0.69%와 10.69%를 기록했으나 경상이익 증가율(1백15.56%)이나 순이익 증가율(1백56.68%)은 1백%를 훌쩍 넘고 있다. 향후 전망=ROE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몇년 안된다. 한국처럼 변동성이 큰 증시에 ROE같은 지표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계열분리가 확실하게 이뤄지고,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한국기업과 시장의 체질이 크게 변하고 있다. 기업이 실적으로서 평가받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장(등록)사의 ROE 증가추세가 미국시장이 폭락했는데도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에서 지켜진 일등공신으로 보고 있다. 다우지수가 10,000선이 깨진데 이어 9,000선까지 무너졌을 때도 국내증시에서는 "기업의 실적이 두드러지는 만큼 폭락의 가능성은 없다"는 논리가 힘을 받았었다. 예상은 적중해 700선을 지켰다. 한국증시의 체질이 선진시장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ROE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주현기자 forest@hankyung.com [ 용어해설 ] ROE(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연간 순이익을 자기자본(납입자본 및 이익잉여금)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주주에게서 받은 자금과 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사내유보이익금을 운용,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 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주입장에선 자신의 투자자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지를 알 수 있다. 상장사의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전년동기보다 2배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