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행위를 막는 데는 처벌보다 예방조치가 훨씬 중요합니다. 공시제도를 강화하고 대주주 지분 변동 등에 대해 보다 엄격한 감시시스템이 절실합니다."(H증권 K팀장)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주가조작 사건의 주요 요인으로 감독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들어 불공정 거래행위가 드러날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했으나 예방시스템에는 아직도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시 번복을 일삼는 엉터리 공시와 대주주의 위장 지분 변동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시제도 개선=코스닥기업인 P사는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관련,지난 2월부터 무려 6차례의 '추진 중'공시를 냈다가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회사의 주가가 재공시일을 전후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주가가 출렁이면서 선의의 투자자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 코스닥시장에서 '추진 중 공시 경계령'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코스닥시장의 한 관계자는 "추진 중이라는 꼬리표가 반복되는 공시 중에는 주가조작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조회공시 기재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조회공시에는 과거 관련 공시를 낸 날짜만 기록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당시 공시의 핵심 내용을 함께 기재토록 하면 투자자들이 '이상 징후'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P사의 경우 매번 조회공시 때마다 과거 관련 공시일 옆에 '해외 BW 발행 추진 중'을 기록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상황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 변동 상시감시=불공정 거래행위에는 대주주들이 간여된 경우가 많다. 상장사인 광덕물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회사 대표이사는 올 3월 지분을 몰래 처분했다가 무려 5개월이 지난 8월에야 그 사실이 밝혀졌다. 대주주 지분 변동시 회사나 대주주 개인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와 관련,대주주 지분 변동과 관계없이 상장사와 등록사는 정기적으로 대주주 지분내역을 당국에 보고하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한 달에 한 번씩 지분내역을 보고토록 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쓴다면 지분 변동을 숨기거나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