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관계좌 도용사건은 회사 대주주, 증권사직원, 투자상담사 등이 모두 동원된 '종합작전'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은 우리 증시에 작전세력이 얼마나 많고,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이며, 그 수법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 증권사 직원들이 작전 하수인 경찰 조사결과 대우증권 계좌 불법도용 사건은 증권사 지점장, 투자상담사, 사채업자 등이 대거 동원됐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주범으로 지목된 정내신씨는 사채업자 등 전주 4개팀과 증권가 작전세력 2개팀을 끌어들여 실탄(자금)과 행동대원을 확보했다. 특히 증권가 작전세력으로 K증권 지점차장, D증권 투자상담사 등 증권업계 종사들을 대거 동원했다. 해외로 도주했다가 강제 송환된 대우증권 직원 안모씨도 그의 형을 통해 끌어들여 기관계좌를 도용, 매수주문을 내도록 했다. 이와함께 그는 M&A를 빙자한 주가 조작을 위해 실제로 지분을 인수하면서도 자신의 실체는 철저히 은폐했다. 지난 7월15일 이 회사 인수당시 처남 임모씨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데 이어지난 22일에는 최대주주를 장모씨로 변경시키는 등 자신은 '얼굴없는' 배후 역할에 충실했다. 아울러 돈한푼 없이 거대한 작전을 한 것도 놀랍다. '작전꾼' 사회에서는 M&A의 귀재로 통하는 그는 이번 주가조작 과정에서 자신의 돈은 거의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델타정보통신 인수대금 68억원중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22일까지 모두갚았는데, 자금은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 그러나 주범인 정씨가 아직 잡히지 않은 만큼 이 사건의 구체적인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무엇보다 어떤 목적으로 기관계좌를 도용했는지가 불확실하다. 경찰은 정씨가 작전자금과 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 등에게 돈을 빌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30억원을 빌려준 사채업자 1명이 확인된 상태다. 따라서 정씨가 빌린 돈을 갚을 수 없자 전주들이 담보주식을 매각할 수있도록 불법매수주문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또 정씨가 자신과 작전세력, 사채업자 등의 보유물량을 한꺼번에 처분하려 했는데, 매도계좌 출금조치 등이 신속히 이뤄져 뜻을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모 매도주문은 200만주 가량인 것으로 보이며 이 주식의 소유주가 정씨인지, 아니면 채권자인지 불확실하다"면서 "모든 문제는 정씨가 잡혀야 알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 증권업계에서는 전모가 드러난 기관계좌 도용사건을 놓고 말로만 떠돌던 작전세력의 메커니즘이 수면위로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했다. 작전대상 종목의 물색, 인수합병설 유포, 작전세력의 주가 끌어올리기 등 전형적인 작전진행과정이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기관계좌도용이라는 '꼬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주가조작과정에서 애꿎은 소액투자자들만 '봉'을 만드는 전형적인 작전루머주로 남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작전대상이 될 수 있는 종목은 상당히 많다"며 "일부작전세력들은 1년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리다 호재성 재료 한가지를 흘려 주가가 정점에 달했을 때 차익을 챙겨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세력은 표시도 나지 않을 뿐더러 여러 종목을 두고 분산투자하듯이작전을 진행하기 때문에 당국의 처벌의지가 없다면 결코 수면 위로 드러나는 법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