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휘몰아치는 금융감독 당국의 칼날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일할 의욕을 잃은 듯 하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증권의 경우 평소 하루에 최소 4∼5건 이상 등장하는애널리스트의 기업 조사분석 보고서가 최근 며칠 간 아예 없거나 고작해야 1건이 나올까말까다. 비교적 규모가 큰 나머지 4개 증권사도 이른바 금융감독원의 `정보 단속'에 애널리스트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사정은 마찬가지. L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금감원 조사가 무작위, 음주운전 단속식으로 진행되면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기업 분석 보고서에 어떠한내용까지 실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몇몇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투자정보팀원 등의 전화 통화 기록과 전자메일, 은행 계좌까지 샅샅이 조사를 벌이자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일할 의욕도 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D증권사의 한 직원은 "투자정보팀으로 투자자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아예 대꾸도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화로 엉뚱한 말을 했다가 화를 초래할 수 도 있다는 우려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트래티지스트, 이코노미스트 등의 투자전략 보고를 포함한 애널리스트의 종목분석 보고 활동이 위축된 것은 증권가에 전파되는 온라인 채팅 프로그램, 이른바 `메신저'에 뜨는 정보량을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전부터 시작해 보통 주요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 보고서 요약분이 메신저를 통해 하루 평균 30건 이상은 돌아다니지만 최근 며칠 간 10건을 겨우 채우고 있다. 모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입을 막고 있으면 시장에 떠도는 미확인정보에 주가가 출렁거리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항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