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예상된 조정을 견조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주말 750선에서 밀린 뒤 낙폭과대에 따른 1차 상승을 마무리하고 숨고르기에 한창이다. 미국시장이 바닥대비 20% 가까이 오른 뒤 다우 9,000선과 나스닥 1,400선에서 매물을 맞고 내려 기술적 반등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26일 종합지수도 5일선을 내주며 730대로 소폭 조정을 보이며 해외시장과 보조를 맞췄다. 시장은 위나 아래로 갈만한 특별한 모멘텀을 갖지 못한 채 여전히 프로그램 매수 등 단기수급에 의존하는 양상이다. 프로그램 차익매수 잔고가 9,000억원 이상 쌓여 단기 매물 충격이 예상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도 하루 이틀 분량밖에 남지 않아 수급 상황은 좀 부담스럽다. 최근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매도세를 나타내는 등 유동성 보강이 여의치 않아 당장 60일선 고지를 돌파할 분위기는 아니다. 실적 전망 악화가 지속중인 반도체주 약세, 그리고 증권, 건설주도 낙폭 줄이기 차원의 순환매가 둔화되는 등 뚜렷한 주도주도 찾기 힘든 과정이다. 미국 시장이 이번주 나오는 경제지표 악화 충격을 여하히 흡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 조정폭도 그어질 전망이다. 당장 700선 부근의 20일선 지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 수급 상황 점검 필요 =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이 미국시장 조정과 함께 현물시장에서 매도우위를 보임에 따라 수급여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개인의 현물 처분에 따른 풍부한 현금 보유가 대기 매수세로 전환할 기대도 있지만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의 매물화 충격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6일 프로그램 순매수가 1,000억원 이상 기록돼 누적 매수규모가 9,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날 외국인이 현물시장과 달리 코스피선물을 3,225계약 순매수하면서 장중 선물 9월물의 콘탱고를 유도해 프로그램 매수 유입을 도왔던 것. 이에 따라 외국인의 현물 대거 매도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흡수되며 지수 조정폭은 크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가 1만 5,000계약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추가 매수가 여의치 않다고 할 때 프로그램 잔고를 마냥 쌓아가기도 힘든 분위기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 매수를 더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 조만간 포지션 해소과정에서 프로그램 매물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이번주 중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 프로그램 매물이 겹칠 경우 지수 조정폭이 다소 커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물이 대략 3,000억원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경우 700선 정도에서의 저점 재확인 시도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번주 중 당장 대량 매물화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다음달 12일 선물만기까지 한두차례 충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조정폭에 관심 = 시장은 일단 기술적 과열 해소 차원에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때 관심은 조정폭에 쏠리고 있다. 급격한 하락은 아니라고 해도 20일선이 위치한 700선 초까지는 일단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기업체의 이익전망치가 3/4분기에 이어 4/4분기에도 하락세를 잇고 있지만 그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4/4분기 시장 상황은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며 점진적 비중 확대를 권하는 측도 없지 않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이번주 하락폭이 740을 기준으로 10포인트 이내로 방어될 경우 상승중인 20일선과 60일선이 만날 가능성도 있어 중기 추세선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 이종우 전략실장은 “지수가 주중반 상승전환을 타진하며 꾸준한 회복시도를 보일 것”이라며 “외국인 선물 거래도 당장 큰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월말의 국내외 경제지표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시장반영을 고려할 때 적절한 비중 줄이기와 관망을 권하는 측도 밀리지 않는다. 27일 미국의 내구재주문과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를 비롯해 주말 개인소비와 지출 등이 대기하고 있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기술적 하락추세선 상단을 맞고 한박자 쉬고 있다”며 “바닥부터 19% 상승한 뒤 곧바로 60일선을 돌파하기보다는 700선 지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현 시장이 애매해 뚜렷한 대응 전략은 찾기 힘들다”며 “현금 보유자는 탄력을 보이는 종목의 단기매매, 그리고 물량 보유자는 적절한 현금화를 권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매수주체의 힘이 없는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 기타법인 매수,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등으로 버티는 등 수급이 취약하다”며 “단기적으로 700선 지지시도가 나오겠지만 결국 지켜질 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