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사상 초유의 계좌도용 사건의 출금을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초법적인 대책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대우증권 법인계좌 도용사건과 관련 전날 증권사 사장단 협의를 통해 경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계좌 등 혐의가 짙은 계좌에 대해 출금을 막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의 최대 관심거리인 출금제한과 관련 사고계좌의 등록 등 여러가지 대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이러한 대책을 내놨다. 이번 조치는 증권사 사장단의 협의 형식으로 마련된 것으로 만일 출금을 막았던 계좌에서 아무런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법적 분쟁이 이뤄지면 책임은 금감원이 아닌 해당 증권사에서 져야한다. 또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우증권이 매수를 했고 매도 증권사도 델타정보통신 주식현물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거래라며 대우증권은 결제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혀 이번 대책의 근거도 취약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도용사건은 처음 일어난 것으로 관련 법규를 적용하기 힘들었다"며 "현장범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떻게든 출금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증권사 규정에 사고계좌로 등록하면 출금을 정지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며 "등록여부는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금감원에서 이번 거래는 정상적인 거래로 판단해 결제를 이행시킨 만큼 사고계좌로 등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의 주요 대량매도 창구인 대신증권 관계자는 "사고계좌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유가증권의 도난이나 매도자가 증권카드분실 등으로 신청하는 경우로 이번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아직 회사의 방침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이 사흘동안 고심했으나 대책의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하고 분쟁의 책임을 모두 증권사에 떠넘긴 셈으로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또 매도창구 증권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출금키로 결정한다면 금감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완전범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