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대우증권은 물론 델타정보통신 주식의 매도주문이 집중된 대신 현대 LG 등 몇몇 증권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39개 계좌 중 대신증권이 10계좌로 가장 많고 LG 현대증권에도 상당수 있다. 금감원이 특히 조사대상을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혐의로까지 넓힘에 따라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사건 관련계좌 39개로 압축=지난 23일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판 계좌는 1천8백여개로 집계됐다. 이중 현투운용 온라인 계좌를 도용한 혐의자가 이날 오전 1분30초 동안 5백만주의 매수주문을 냈을 때 매도주문을 내 거래를 체결시킨 매도계좌는 총 98개.이 중 대량 매도가 일어난 13개 증권사 39개 계좌에서 약 4백만주가 체결됐다. 경찰은 39개 계좌가 범행과 직접적으로 연관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증권사들은 이들 계좌에 대해서는 경찰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기한 출금을 제한키로 했다. 증권사들은 나머지 59개 계좌 중 범죄관련 의심이 가는 28개 계좌에 대해서는 실명 확인을 거친 후에만 대금을 내줄 방침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소액주주들의 경우엔 주식매각대금을 찾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작전세력에 대한 조사착수=델타정보통신 주가는 지난 7월 초부터 이상급등세를 보여 증권업협회가 감리를 벌여왔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최근의 시세조종과 연관있다는 판단 아래 대주주 등에 대해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조종연 조사1국장은 "이상급등 당시 대량으로 주식을 판 혐의자 중에는 사채업자 B씨가 포함돼 있다"며 "이 기간 동안 매매가 집중된 대신증권 명동지점 등 특정점포 80여개 계좌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2단계 시세조종이 서로 다른 세력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대주주와 사채업자 등 2,3개 작전세력에 대해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비밀번호 0000이 화근= 현대투신 계좌를 도용,매수주문을 낸 대우증권 안모씨는 현대투신 계좌에 침입하기 이전에 5개 기관투자가의 온라인 계좌와 거래를 하기 위해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안씨가 5개 기관투자가의 사업자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알고 차례로 침입을 시도했다"며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 실패했으며 현대투신의 비밀번호가 우연히 들어맞아 현대투신 계좌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현대투신 계좌의 비밀번호는 '0000'이었다. 현대투신 온라인 계좌에 들어간 A씨는 범행 직전 삼성전자 주식 12만주의 주문을 냈다가 취소하는 등 테스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증권가에선 주식을 매집했다가 이를 털어내지 못한 특정 작전세력이 증권사 내부직원과 결탁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다. 여기에도 몇가지 의문은 남는다. △왜 범행 이후 금방 탄로날 계좌도용방식을 이용했는지 △다른 요일보다 자금결제시일이 이틀이나 더 필요한 금요일을 거래일로 택했는지 △외국으로 출국한 안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등이다. 특히 사건 직전 대주주의 지분변동이 빈번했다는 점에서 핵심 인물인 안씨와 회사 대주주와는 관계가 없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