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대우증권은 물론 델타정보통신 주식의 매도주문이 집중된 대신 현대 LG 등 몇몇 증권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39개 계좌 중 대신증권이 10개 계좌로 가장 많고 LG 현대증권에도 상당수 있다. 이들 증권사는 내부통제 시스템과 온라인주식거래 시스템 등에 대해 특검을 받게 됐다. 금감원이 특히 조사대상을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 혐의로까지 넓힘에 따라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특정 사채업자들과 2,3개 작전세력을 지목했고 강제조사권 발동까지 밝히는 등 조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26일 이번 사건 연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문책을 지시했다. 이에따라 작전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 관련계좌 39개로 압축=지난 23일 전체로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판 계좌는 1천8백여개로 집계됐다. 이중 현투운용 온라인 계좌를 도용한 혐의자가 이날 오전 1분30초 동안 5백만주의 매수주문을 냈을 때 매도주문을 내 거래를 체결시킨 매도계좌는 총 98개. 이 중 대량 매도가 일어난 13개 증권사 39개 계좌에서 약 4백만주가 체결됐다. 경찰은 39개 계좌가 범행과 직접적으로 연관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증권사들은 이들 계좌에 대해서는 경찰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기한 출금을 제한키로 했다. 증권사들은 나머지 59개 계좌 중 범죄관련 의심이 가는 28개 계좌에 대해서는 철저한 실명확인을 거친 후에만 매도대금을 내 주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총 67개 계좌 이외의 매도계좌에서는 돈을 찾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39개 계좌에 대한 무기한 출금정지도 법적근거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2,3개 작전세력에 대한 조사착수=지난 23일 계좌도용 사건 훨씬 이전인 7월부터 델타정보통신 주가는 이상급등을 보여 증권업협회가 감리를 벌여왔다. 금감원은 이번 계좌도용 사건과 시세조정이 연관돼 있다는 심증을 가지고 대주주 등 관련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델타정보통신의 주가 이상급등은 7월초부터 2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금감원 조종연 조사1국장은 "이상급등 당시 대량으로 주식을 내다판 혐의자 중에는 사채업자 B씨가 포함돼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이 기간에 매매가 집중된 서울의 특정지역 점포 80여개 계좌에 대해 우선적으로 집중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밀번호 0000이 화근=경찰이 현대투신 계좌를 도용해 매수주문을 낸 혐의자로 보고 있는 대우증권 A씨는 현대투신 계좌에 침입하기 이전에 5개 기관투자가의 온라인 계좌에 침입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5개 기관투자가의 사업자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알고 차례로 침입을 시도했다"며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 침입하지 못하다 현대투신의 비밀번호가 우연히 들어맞아 현대투신 계좌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현대투신 계좌의 비밀번호가 '0000'이었기 때문에 침입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현대투신 온라인 계좌에 들어간 A씨는 범행 직전 삼성전자 주식 12만주의 주문을 냈다가 취소하는 방법으로 계좌사용이 가능한지 테스트까지 해봤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